내 글이 어때서!
비밀이 반드시 숨겨야만 하는 일을 뜻하지는 않는다. 숨겨야 할 만한 일이 아니더라도,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밀이 된다.
유미리, <우에노역 공원 출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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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게시글이 신고를 당했다!
주의를 받은 것은 섹스 전반에 대해 묘사했던 게시글 두 개다. 권고 사유는 청소년 유해정보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란다. 순수하게 의문이 든다. 내가 글로 쓴 나의 섹스 경험은 유해한 것인가? 나는 난잡하고 문란한, 청소년에게 나쁜 본보기가 되는 섹스를 했나? 그래서 성관계 관련 구체적인 묘사 등의 수정을 요구받아 나의 글을 검열해야 하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내가 한 섹스,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나의 첫 섹스는 스스로 말하기도 무안스럽게 '귀여운 ' 경험이었다. 넣는 사람도 넣어질 사람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 줄을 모르니 한참을 뒤적거리며 허둥댔던 경험. 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내가 생리혈이 나오는 곳과 섹스할 때 사용하는 곳이 동일한 구멍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맞다. 나는 성교육 낙제생이었다. 말초적인 것만 좇다 보니 해부학적 몸의 기능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오줌이 나오는 구멍만 알고 있었던 것은 섹스를 하기 전까지 흐르는 생리혈을 닦기만 했지 어디에서 나오나 뒤져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것 외의 부분은 기능을 하지 않는 대로 내버려 뒀다. 그래서 첫 경험에 유난히 헤맸던 건가 싶다. 그러다 보면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할 때 교과서처럼 다 알고 넣었을까? 누구든지 다 처음은 있었을 텐데. 섹스에서도 자전거를 처음 탈 때처럼 비틀거리는 게 왜? 어때서?
나는 나와 상대 모두 생 초짜였기 때문에 귀엽고 우스웠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역시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고, 섹스라는 건 연인이 즐길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놀이라는 것을 더 말하고 싶다. 세상 누군가에게는 '섹스'라는 단어가 창피하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의 다른 말일뿐이라는 게 글로도 적지 못할 일인가? 섹스를 처음 하는 사람이 허둥지둥 연인과 쾌락을 나눌 방법을 찾아가는 글은, 부끄러운 것인가?
나 역시 청소년기를 정력적으로 보냈다. 어른들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이성의 몸과 남녀의 교접에 묘한 환상과 희망을 품으며 당연스레 도래할 그 순간을 기다렸다. 그때까지도 참 많은 시청각 자료들이 있었다. 만화방 한구석의 성인 만화, 야시시한 내용의 번역 소설, 미용실 잡지의 섹스 칼럼들을 몰래몰래 훑었다. 엄마 아빠는 같이 영화를 보다가 동침장면이 튀어나오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채널을 돌렸다. 물어보지도 못하게 하고 궁금해하는 꼴을 보는 것도 질색을 했다. 그래서 나는 성행위를 선망하면서도 고추가 들어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성인이 되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는 말이 이상했다.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데 어디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건지? 지금은 알고 있다. 그들은 언젠가 내 '처음'을 담당할 누군가에게 그 역할을 미뤘던 것이다. 내가 알고 싶고 두루뭉술하고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방 안으로 밀어 넣고 어차피 이렇게 알게 될 것이었다고 말한다.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게 만들고 서 너는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낄낄 웃는 것이다. 억울하다. 나는 만반에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회와 어른이 꽁꽁 숨긴다. 어차피 다 알게 될 거라면서. 그 순간이 폭력적 일지, 거부감이 들지, 성급할지, 두려울지에 대한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내가 들은 여성들의 비참하고 슬프고 화나고 아픈 첫 섹스들. 나는 그런 경험을 섹스라고 부르고 싶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았다면, 충만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강간'이다. 명료하고 안전한 성관계의 이야기를, 사회는 지금도 쉬쉬하며 미루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그날이 닥쳐 꼼짝없이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때, 그 앞에 있을 누군가가 가르쳐주리라고 성인의 직무를 유기하면서 성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음지에 눌러둘 것이다. 섹스는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어른들의 놀이가 아니라 온전한 사랑과 교감의 표현이라는 것을, 왜 똑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섹스는 의무도 규칙도 아니며 대화와 소통의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도록 내버려 두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섹스를 여성들의 치부로 만들고 있는지,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성과 사랑을 가르치고 있는지 여러 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