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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란 Jan 12. 2022

김씨의 덕질일기 6 : 팬심이란 무엇이냐

♪ 아이유 - 마음


누군가의 팬이라면 "걔를 왜 좋아해?"라는 질문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노래가 좋고 실력이 좋고 외모가 내 취향이고... 나름대로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지만 언젠가부터 "그냥 다 좋아"라는 말로 퉁치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처음엔 노래를 잘 부르길래 눈길이 가다가, 볼수록 내 스타일이네? 의외로 웃긴 면도 있고 자꾸 보니까 얘 좀... 귀엽다. 사람이 귀여워보이면 답이 없다던데. 애써 부정하려 해도 유튜브 피드와 핸드폰 갤러리는 어느새 최애로 가득 차있다. 하나로 시작해서 무한으로 빠져드는 덕질. 원래 다 그런 법이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스테디 질문이 있다. "사귀고 싶어? 연애 감정이야?"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명확하게 답변하기 힘들다.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전혀 아닌 건 아니고... 맞다고 하면 헛바람이 든 사람처럼 바라보고, 아니라 하면 그럼 왜 열애설에 화를 내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아주 복잡하다.


과연 팬심이란 무엇일까. 몇 년을 팬으로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단순히 연애 감정이라 이름 붙이기엔 그보다 좀 지켜주고 싶다. 아무래도 애인이 아니라 자식에 가까운 것 같다. 잘 됐으면 좋겠고 잘 하면 기특하다. 고작 한 마디에 울고 웃는다. 크게 바라는 건 없지만 무언가 해주면 고맙고, 숨만 쉬어도 귀엽다. 근데 또 저 얼굴에 저 목소리로 사귀자 하면 냉큼 사귈 것 같은데 상상은 안 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랑 연애한다 생각하면 솔직히 속상하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마음을 어찌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까.


아마 덕질을 끝맺는 그 날까지도 완벽히 정의하지 못할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복잡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건 순전히 내가 즐겁고, 최애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내 존재를 평생 모르더라도 꿈을 마구 펼쳐서 더 멀리 날아갔으면 좋겠다. 그가 받을 수많은 사랑 중 내 사랑이 가장 작길 바란다. 일방적이고 맹목적으로 보여지는 관계라 해도 좋다. 그는 분명 내 행복이고, 그게 내 사랑이니.


아 ,그렇다고 감정도 없는 ATM처럼 여겨달란 말은 아니다. H.O.T.를 좋아하던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가페라고 했다. 플라토닉도, 에로스도 아닌 아가페. 그건 바로 무한정의 사랑이다. 하지만 비록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이라도 그 결과가 기만이나 조롱만큼은 아니길 바란다. 팬은 만인의 연인에게 불특정 다수를 자청하는 사랑의 바보다. 그 외로운 사랑을 일일이 응답해줄 수는 없어도 배신감에 울게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상도덕은 지켜달란 거다. 동네 가게도 고객 앞에서 생글생글 웃다 뒤에서 헛짓거리하면 욕먹는다. 적어도 팬을 속이며 티를 내거나, 연애에 정신이 팔려 본업을 소홀히 하거나, 팬의 마음을 당연히 여기며 자만하진 않길 바란다. 돌아선 사랑이 더 무섭다는 걸 굳이 체감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끝으로 내가 좋아하고 공감하는 사진 몇 가지를 덧붙인다. 내가 미처 다 형용하지 못한 감정을 아름답게 서술해주신 분들이 많다. 원래 글의 첫머리에만 사진을 첨부하지만 이 사진들만큼은 꼭 글과 함께 싣고 싶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다단한 사랑을 품고 있는 여러분들이, 그 사랑 못지 않게 따뜻한 밤 되시기를.


(P.S. 혹여나 이 글을 읽고서도 아직 "걔넨 너 몰라" 따위의 말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되도록 입을 열지 마세요. 듣는 덕후 환장하니까.)


샤이니 종현 / 샤이니월드
방탄소년단 / 아미
NCT 마크 / 엔시티즌(시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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