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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망명 정부는 인도에 있었다.

사진 없는 인도 여행기 #3 : 맥 그로드 간즈

by 김고양

말미잘은 친구 H를 데려왔다. 함께 학교를 다니는 동갑의 한국 여자였다. 따라서 우리의 일행은 총 네 명이 되었다. 맥그로드 간즈행 버스를 탔다. 침대 버스였다. 한 사람이 딱 누울 수 있는 공간이 1층/2층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시트가 때와 기름에 절어있어서 챙겨간 기숙사 침대 시트를 유용하게 깔았다. 중간에 휴게소들 들렀는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로컬 휴게소라고 했다. 점포가 한 개뿐이었고 테이블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먹는 구조였다. 시장했기에 우리는 식사를 했다. 물론 포크 같은 건 없었기에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손으로 먹었다. 샐러드와 2~3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100루피정도 나왔다. 네 명 식사에 100루피라니! 관광지 가격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가격이었다.


사본 -인도7.jpg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 밥도 이렇게 앉아서 먹었다.


버스는 밤을 달렸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어느새 새벽이었다. 프랑켄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는데, 내가 일어난 걸 보더니 창밖을 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니 아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북인도는 산간지방이라 들었었는데, 높은 산 등성이 꼬불꼬불 길을 내가 탄 버스가 올라가고 있었다. 당연히 비포장이었고 도저히 대형 버스가 갈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길이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프랑켄은 우연히 깼었는데, 창밖을 한번 보고는 도저히 무서워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물안개 잔뜩 낀 그 무섭고도 신비로웠던 길을 찍은 사진을 잃어버려 아쉬울 뿐이다. 당신이 그 버스를 탄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여기서 죽는 거 아닌가.'와 '만약 용이 존재한다면, 분명 여기에 살 것이다.'라는 생각을.


따라서 우린 아침에 도착했다. 맥그로드 간즈는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놓인 도시였다. 꼬불꼬불한 길과 가파른 계단, 층층이 놓인 건물이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는 우리는 옷을 사러 갔다. (물론 바가지를 썼을 게 분명하지만) 인도 옷은 충분히 저렴했기에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다.


사본 -인도.jpg


맥그로드 간즈엔 티벳 망명 정부가 있었다. 망국의 정부는 초라했다. 거창한 이름의 부서 팻말이 남루하고 작은 건물에 매달려 있었다. 그 길의 어드메에서 나는 작은 아이와 사진을 찍었다. 7살이나 되었을 친구였는데 너무 작고 예뻐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 카메라를 잃어버린 덕에 그 사진을 더 이상 볼 수 없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에게 달려가 사죄를 하고 싶다. 마치 내가 그를 구경거리로 삼은 것 같아서...


폭포가 있었고, 문 라이트라는 식당도 있었다. 우린 물놀이도 하고 밥도 먹었다. 어느 식당엔 우동이 있어서 시켰었는데, 터무니 없는 음식이 나와서 화가 나기도 했었다. 평화로운 산자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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