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미의 첫사랑
첫사랑? 나는 그른거 읎서. 그른게 있었으믄 내가 니 애비를 만났겄냐. 홀랭 그 사람 따라 갔지. 풀빵 하나만 사줬어도 버얼써 갔다야.
국민핵교 졸업하고 서울 가발공장 있다가이 아부지가 선보러 오라해서 내려와서 봤지. 여 니 애비랑 쩌어기 전라도 산골에 논이 이백마지기라냐 있다던 사람이랑.
그때 전라도로 갔어야는디 니말대로. 근디 아부지가, 니 아부지 말고 내 아부지가, 저짝 산골로 시집가면 펴엉생 못나온다고 나 죽어야 니 얼굴 보겄지 이라는디 뭐.
니 애비를 다방에서 딱 보는디 잠바를 입고 왔드라고 . 나는 그전에 속으로다가 '양복입고 오면 땡이여!'이랬거든. 시골 농사꾼이 양복은 겉멋만 들은건께. 암튼 잠바입고 와가꼬 씨익 웃는디 앞니가 없는겨. 그땐 그게 왜이르케 순박해뵈든지 이잉? 필시 쌈질이나 해가꼬 날려먹은 걸틴딩.
니 애비는 첫사랑 있었단다야. 나도 몰랐는디 니 할머니가 자꾸 그러대. 순자란 년을 며느리 들일라했는데 홀랑 시집갔다고. 뭐 둘이 연애도 했겄지뭐. 하 그 순자란년도 연애도하고 했으믄 시집와야지 도망을가냐. 그럼 내가 안오는디. 안그르냐?
질투는 무슨 할꺼 없다. 순자가 불쌍하믄 불쌍하지 뭐.
야 그래도 니 아부지 많이 변했어. 어저껜 김장하는디 옆에서 막걸리나 팽팽먹다가 한다는소리가 자기는 웃는게 이뻐 하대? 술을 맨날 먹이야겄어 야.
정민경의 <그 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