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스의, 어쩌면 나의 가을 이야기
2015년 10월 3일 한화 이글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다. 막판 순위 싸움을 하던 이글스는 이 경기에서 패배했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다른 곳에 업로드했던 그때의 글을 옮긴다.
꼴어놀 : 꼴찌가 어디서 놀아? 라는 명언은 스프링캠프 때 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의 일침이었다.
한화는 작년까지 588-6899라는 훌륭한 전화번호 순위를 기록하였고, 마지막 두 해의 99를 통하여,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9위 꼴찌 및 최후의 9위 꼴찌라는 대 기록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작년까진 상위 4팀이, 올해부터는 상위 5팀이 가을야구라는 순위결정전(같은 것)을 하게 되니, 벌써 7년째 가을에 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오늘 한화의 8번째 가을놀음이 확정되었다.
사실 꼴어놀을 처음들을 때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는데, 이는 단지 충청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화를 응원하기 때문이라거나 나의 팀 이글스가 개똥같이 야구를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나는 요즘 내가 '꼴찌'와 같은 신세이며, 주구장창 '놀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가을은 2007년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할 때였던 것 같아. 그 해 나는 대학에 입학했으니-. 그때는 세상천지 시골 중에 시골인 우리 동네엔 나의 입학을 (정확히는 내 '아버지'의 아들의 입학을) 축하는 현수막이 몇 개는 걸렸었고, 내 부모를 포함한 많은 일가친척들의 놀람 섞인 축하를 받았다. 특히 외할아버지가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아이고 아이고 삭신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양반이 입학식에 꼭 참석하겠다 고집을 피워 입학식까지 따라오고야 말았다. 대학을 한번 둘러보겠다 하여, 숨을 헉헉 내쉬며 언덕을 거닐다 결국 gg 치고 택시를 탔었다. 그때 그는 '내 너 입학식은 봤는데, 졸업식은 볼 지 모르겠다.' 하더니 그다음 해부턴 정말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목숨을 건 입학 축하를 받았던 그때가, 기약되어있는 찬란한 미래가 있다고 믿었던 그때가 어떠한 면에서는 마지막 전성기였을 수 있었다고 내 인생 이 모냥이 될 줄은 몰랐다고... 이런 생각이나 하던 참에 김성근이 갑자기 나타나 꼴어놀을 시전 하니 내가 뜨끔할 수밖에.
감독은 꼴어놀을 시전 하고 한화 선수들을 개처럼 굴리기 시작하였다. 스포츠뉴스는 한화의 지옥훈련을 연일 보도했다. 어떤 이들은 이제야 야구다운 야구를 하는 한화를 볼 수 있다고 환호하였고, 어떤 이들은 그렇게 굴리기만 해서 단기간에 꼴칰이 바뀌겠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드리웠다.
사실 나는 이때 양쪽 의견의 중간 즈음에 위치했었는데, '저렇게 해서 과연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요즘 개처럼 놀고 있는데, 그래 나도 저렇게 하면 좀 나아질까? 한화가 잘하게 되면 좋겠다. 그럼 나도 희망과 위로를 받을 거 같아.' 라는 개똥 한심한 생각 혹은 샤머니즘적 기복 생활을 했었다.
알을 낳는 고통으로 훈련을 한 이글스는 오늘 8년 연속 가을놀음이 확정되었다.
글쎄, 나는 언제까지 이 모냥 이 꼴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