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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폭설

by 김규철

설날을 하루 앞둔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조용히 쌓인 눈은 아침에 눈을 뜨니 더 많이 반짝이고 있었다. 순백의 설원처럼 하얀 눈이 예쁘면서도 귀경날까지 오지 말기를 바랐다.

제설도구를 이용해 눈을 치워도 습설이라 무겁고 밀리지도 않았다. 늦게 도착하는 가족들은 사륜차를 이용해 마중을 나가고 도시에서 못 본 눈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즐거워했다. 뉴스에서는 폭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설상가상 기상악화로 인해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다. 삼일째 되는 날 20cm 넘게 왔고 그야말로 고립상태가 되었다. 시장을 가야 하는데 차도 움직일 수 없어 직접 눈을 치우며 마을로 향했고 겨우 시장을 갔다.

다행히 연휴 막바지에 이르러 하늘엔 햇빛이 나고 눈이 그쳤다. 파란 하늘에 흐려서 보이지 않았던 산이 보였다, 이제는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는 시간 염화칼슘을 뿌리고 땅을 다져주니 조금씩 녹아내렸고 차도 서서히 움직일 수 있어 집으로 돌아왔다. 1월의 끝자락에서 원 없이 눈을 보았고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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