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비 내리는 조몬스기의 숲길,
우중산행 중 발끝에 닿은 붉은 숨결 하나.
촉촉이 젖은 낙엽들 사이,
그 꽃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듯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피어 있었다.
거센 비에도 꺾이지 않고
숲의 품에 안겨 더욱 빛나는 붉은 꽃.
세상의 모든 찬란함은 결국
이런 작고 고요한 순간에서 피어나는 것일지도.
조몬스기, 그 웅대한 고목을 향한 길 위에서
나는 이 작고 아름다운 생명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숲은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피어나고
언제나, 예쁘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