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이야기 #1_ 각오

프롤로그 _ Restart

by 힘내라 김과장

최근 종방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보고 나도 직장생활과 삶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한다. 사실은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방출하기 위함이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지내기에는 가슴속의 답답함을 표출할 길이 없기에, 오늘부터 이 '브런치'에 글을 남겨보기로 결심했다.




1. 내 나이는 42살이다. 이제 직장생활 14년 차에 접어든 두 아이의 아빠다. 현재는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아파트를 한 채 가지고 있지만 그곳은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내주고 나도 전세를 살고 있는 상황이다.


2. 나는 투자를 굉장히 열심히 했었다.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만큼 일과 투자 공부를 병행하면서 살았고, 36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식 평가금액을 30억 원까지 찍어봤지만, 장외 주식투자와 부동산에 물리면서 지금은 상당 부분을 반납하고, 다시 열심히 원화를 채굴하면서 동시에 투자에 전념하고 있다.


3. 지금 생각해 보면, 36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시절에 30억 원이라는 거액의 주식가치를 다스릴 수 있는 정신적, 지식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식투자를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했으며, 무조건 내가 승리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 3년 만에 1억 원을 30억 원으로 만들어버린 그 경험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4. 나는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장외주식에 많이 투자했고, 그 돈은 다시 더 큰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2021년 나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대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청약받아 14억 원에 계약했고, 2억 3천만 원짜리 포르쉐 911도 계약했다.


5. 하지만 이 시기는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되는 자산시장 상승의 끝자락이었다. 2020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엄청난 유동성은 2021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물가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감당할 수 없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6.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 가상화폐 시장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큰 조정을 받았고, 이는 비상장주식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실제로 기업들은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망해버린 회사도 수두룩했다. 물이 빠지니 살아남을 놈과 죽을 놈이 구분되는 시장이 온 것이다.


7.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순식간에 오그라들어버렸고, 거액의 부동산을 계약해 놓은 상황에서 나는 자본을 무조건 회복시켜야만 했다. 이를 위해 나는 다시 다른 비상장회사에 투자했지만, 결국 내 선택은 틀렸다. 나는 극심한 유동성의 위기를 겪게 되었다. 기존에 살고 있던 자가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겼으며, 이 마저도 전세대출을 받아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8. 사람은 코너에 몰리면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회로가 망가지고,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투자라는 게 시계열을 길게 잡아야 확률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나는 그 당시 이성적 생각 회로가 정상 작동을 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9. 성공에 취했을 때 계약했던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세를 내줬다. 나머지 아파트 잔금은 가족과 지인에게 빌려서 겨우 등기를 마칠 수 있었으며(돈이 없어서 취득세는 5천만 원을 대출받아 납부했다), 포르쉐 911(GT3 모델로 희소가치가 있는 모델이었다)은 인수 후 약 4천 km 정도 주행하고 팔아버렸다.


10. 차를 매각하고 받은 돈이 꽤나 많았기 때문에, 그걸 불려서 아파트 중도금을 좀 더 많이 상환하겠다고 계획했지만, 미스터 마켓은 또 한 번 나에게 실패를 안겨줬고, 더 이상 손실을 용납할 수 없었던 나는 손절하고 그 금액으로 중도금 대출을 상환했다.


11. 떨어져 버릴 만큼 떨어져 버린 나의 자존감은 우울증세와 공황장애 증세를 불러왔고(병원에서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증상은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일하면서 하루하루 견디면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을 때, 대한민국은 윤석열의 "계엄" 사태를 겪게 된다.


12. 나는 다시 내 삶을 이전처럼 회복하고 싶었다. 가족들에게 안긴 비극과 같은 삶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전세 계약이 끝날 때마다 이사하고 다니는 유목민 신세를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로 너무나 간절했다. 나는 하나님께 진심을 다해 기도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이제는 부자가 되는 것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게 속한 가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십시오."


13. 나는 다시 내 인생을 걸고 투자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주식투자를 했고, 증권사에서 인턴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8년 가까이 고객 자산을 일임해서 운용했었다. 나는 투자라는 행위를 좋아하고, 또 그걸 통해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받는 성취감과 금전적 보상을 좋아한다.


14.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무조건 지켜야 할 대원칙"을 정했다. 첫 번째는 "상장된 주식만 거래하라"이고, 두 번째는 "주도주만 거래하라"라는 내용이다.


15. 돈이 없었던 나는 카카오뱅크에서 받을 수 있는 맥스 한도 1억 3천만 원을 영끌로 대출받았다. 이 돈으로 나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기존에 있던 신용대출 2천만 원, 그리고 세금 납부를 위해 받은 5천만 원까지 하면 신용대출만 2억 원) 1억 3천만 원으로 시작한 투자는 현재 2억 8천만 원이 되어, 지금은 완전히 휴지조각이 되어 회수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장외주식에 투자했던 금액 1억 3천만 원의 회수한 상황이 됐다.


16. 현재 대출이자는 내가 받는 월급으로 상환하고 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빌린 금액에 대한 이자 역시 월급을 받아서 상환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의 전세대출 이자 역시 상환하고 있어서, 월급의 상당 부분이 이자를 갚는데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을 봐주시는 장모님에게 드리는 생활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면 월급이 들어왔던 통장은 바로 '텅장'이 된다.


17. 그나마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지금 내 나이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드라마의 '김부장'이 퇴직 후 잘못된 상가투자를 진행해서 상당히 어려움에 처했듯이, 나 또한 퇴직 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인생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했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18. 나는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와이프도 같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그래도 두 아이를 먹여 살리는 데는 지장은 없다. 주식을 사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이제부터 나는 다시 내 가정을 정상화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19. 내가 4년 동안 겪고 있는 이 일련의 과정은 하나님께서(나는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다) 돈이라는 물질만을 탐했던 나에게 주신 일종의 징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반성하고 뉘우치는 나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를 주셨다고 믿고 있다.


20. 이런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달려야 할 시간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믿고 따르는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일이 있어도 별말하지 않고 묵묵히 본인 역할을 하고 있는 와이프를 위해서라도.


21. 누군가는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외친다. 이 땅의 가장들이여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