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기간 동안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게 예의없는 행동인 줄 알았다.
사실 여태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로 상대의 눈을 쳐다봐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상대의 눈을 잠시 피했다가 다시 봐야 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눈을 마주칠 줄 모르는
새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에
세로토닌 계열의 약을 복용하고 나서
눈 마주침의 어색함이 사라졌던 적이 있다.
다른 부작용이 생겨서
해당 약은 중단했다.
현재는 다른 계열의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눈 마주치기가 다시 어려워졌다.
특히 상대의 표정이 몹시 강렬할 때는
무서워서 못 쳐다볼 때도 있다.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볼 때처럼
실감나게 눈이 질끈 감긴달까.
표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군대에 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시선에 대한 지적은 아니었지만
표정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야
상대가 원하는 리액션을 해주지 못하면
"영혼이 없다."
"소울리스(Souless)." 등의 말을 듣기 마련이지만,
군대에서는 달랐다.
"표정 관리 안 하냐?"
나는 진심으로 죄송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진심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초반을 제외하고
표정에 대한 지적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하자면
이 정도의 ADHD가 있으면서도
제대를 했다는 것이 인간승리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군대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이런점에서 나를 격려해주고 싶다.
심지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ADHD 및 우울증의
여러 증상이 뚜렷했고,
진단 받기도 전이었고,
약을 복용하기도 전이었다.
말 그대로 어떤 병식도 어떤 보조 도움 수단도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마지막 날 부대를 떠나며 나는 생각했다.
한시라도 이곳으로부터 헤어지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