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철칙(鐵則)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좋겠다 너는, 글재주가 있어서!"
(...)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열심히 했거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작가는 시나 소설 등 예술에 관해서는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논리적인 글은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배운 '카빈소총 분해 조립'과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기능'이다. 그에게 재주나 소질은 글 쓰는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학습과 훈련이다. 누구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다음은 그가 생각하는 첫 번째 글쓰기 철칙이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유시민도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서울대 재학 시절, 법대 산하 '농촌법학회'에 가입했다. 그는 학회에서 매주 한 권씩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읽었다. 회원들은 각자 맡은 부분을 요약 발표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부터 그는 어떤 주장을 할 때면 근거부터 신속히 찾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이 시절의 경험이 그에게는 '훈련'이었다.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누구나 이처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발췌 요약이 글쓰기에 특효약임을 증명하는 듯, 그가 쓴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린 것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고 한다. 책의 내용은 '거의 100퍼센트 발췌 요약'으로 채웠다고 하니, 그는 잘 만든 요약본 하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셈이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들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텍스트 요약은 '제대로 읽는 법'을 익히기 위한 필수 훈련법이지만, 그가 말하는 두 번째 철칙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글을 못 쓰고 싶어서 못 쓰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못 쓴 글보다 잘 쓴 글을 되도록 더 많이 쓰고 싶은 마음인 것은 당연지사다. 첫 번째 조건인 '다독'만 충족하면 글을 잘 쓰게 될까? 아니다. 많이 써야 잘 쓸 수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안 써서 못 쓰는 것이고, 못 써서 안 쓰는 사람은 더 못 쓰게 된다. 그러니 써야만 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한자를 읽을 줄 알아도 써보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게 많고 잘 표현하는 사람도 글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한다. 여기에서 논리적 글쓰기의 두 번째 철칙이 나온다.
유시민 작가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항소이유서>가 세상에 알려진 1985년 이후부터라고 한다.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장에게 보이기 위해 쓴 것이다. 보통은 변호인이 쓴다. 특이하게도 이돈명 변호사는 유시민 작가에게 직접 쓰라고 했다. 그는 규정대로 세 부를 만들고 두 부는 항소심 재판부와 검찰에 보냈다. 한 부는 구치소에 보관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항소이유서>를 복사해 갔다. 복사본은 이돈명 변호사에게서 유시민 작가의 큰누이에게로, 큰누이에게서 서울지법 기자실로, 거기서 법원을 출입하던 <동아일보> 황호택 기자가 읽고는 동아일보의 박스 기사로, 더 나아가 《월간 조선》에도 실리며 재야단체와 대학가에 수많은 복사본으로 퍼져나갔다.
그때부터 1987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숱한 성명서, 선언문, 홍보 전단, 팸플릿, 리플릿을 썼다. 내가 속했던 모든 조직과 단체에서 글 쓰는 임무를 맡았다. 문학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료를 보고 중요한 정보를 파악한 다음 핵심을 요약하고 우리의 주장을 덧붙이는, 재미는 별로 없고 스트레스는 아주 많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었다. 글 쓰는 일이 점점 수월해졌다. 글은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글쓰기는 기능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어쩌면 재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쓴 글 하나가, 더 자주 쓸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많이 썼기에 잘 쓰게 된 것인지, 잘 썼기 때문에 많이 쓰게 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시민 작가의 글이 대학 시절 수없이 반복한 텍스트 요약과 토론에서 나온 것이고, 탄탄한 바탕 위에서 쓰인 <항소이유서>를 전 국민이 열독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재미는 별로 없고 스트레스는 아주 많은 '글 쓰는 작업'의 독 안에 갇혔다. 그러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가 더, 더 잘 쓰는 작가가 되게 만들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음 이야기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글쓰기는 총기 분해 조립과 같다.」 유시민 작가의 철칙(鐵則)
20.02.18.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