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네 가지를 유념할 것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작가는 이런 글을 쓰려면 네 가지에 유념하라고 말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다음은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한겨레> 칼럼에 연재한 <백신>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는? 답은 두창(천연두) 바이러스다. 지구 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고,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간은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0여 년 전부터다.
(중략)
이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로까지 줄어들었지만, 아직 유효한 백신을 만들지 못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등은 그들의 실질적인 살상력 이상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태어나서 1년 안에 열 차례 정도 백신을 맞고 자라온 현대인들에게 '백신 없음'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방탄복도 입지 못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포 그 자체이다.
[ 역사학자 전우용 <백신> 전문 읽기 ]
오해의 여지가 없는 훌륭한 글이다.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네 가지 사항에 딱딱 맞는 표본이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하다. 글의 주제는 현대까지 인류의 전염병 극복기다. 둘째,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았다. 백신의 발전 모습에서 벗어난 사실이나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주제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만 언급했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짜임새 있게 나타냈다.
최악의 살인마가 누구인지 묻는 첫 문장에서 백신과 방탄복을 비교한 마지막 문장까지 여러 사실과 정보를 긴장감 넘치는 논리로 묶었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했다. 전우용 선생은 적절한 어휘를 활용했고 문장은 정갈했다. 선생의 칼럼은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충분하다.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잘 쓴 글'은 이런 것이다.
다음 이야기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글이 는다.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 없다.
「잘 쓴 글의 표본, 전우용의 <백신> 읽다」 다음 네 가지를 유념할 것
20.02.19.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