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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포털 메인에 글이 올라가다

열 번째 글을 쓰고 얻은 쾌거

by 김과영






공유성 글이 아닌 내 글이 다른 글보다 훨씬 공유되어 기분 좋았다.

- 채민씨



3.jpg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수필가 광혁 씨의 일일



여느 때처럼 통계를 확인했다. 평소에는 10~20 정도의 조회수가 나온다. 매일매일 글을 쓰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반응을 살핀다. 다음 날에도 자주 들어와서 확인해본다. 이 글을 누가, 얼마나 읽었을까?



조회수 257.png 조회수 257



이 숫자는 보통의 숫자가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해본 적이 있고, 지금도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면 네이버에도 올린다. 유튜브 스트리머가 트위치나 아프리카에 동시 송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네이버에 포스팅할 때 가장 잘 나온 조회수가 300명인데 그때 나는 일본어 N2 시험을 본 직후였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시험 후기를 주제로 포스팅을 했기에, 300여 명의 방문객이 나를 찾아왔다. 브런치에서 한국사 시험 후기를 썼을 때도 검색만으로 100명 이상 방문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공유성 글이 아닌 내 글이 다른 글보다 훨씬 공유되어 기분 좋았다.
- 채민씨 <완벽주의의 늪> 중에서

https://brunch.co.kr/@chaeminc/336



물론, 채민씨 님은 '글을 더 열심히 쓰고 싶단 마음이 아니라 글 쓸 마음이 사라'졌다고 이어 쓰셨다. 또 한 번 주목받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나는 '수필'을 쓴다고 자처하는 입장에서 때로 만족할 만한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수필은 '공유성' 글이 되기 어렵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글,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쉬운 길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포스팅하거나 타인의 인기에 영합하면 된다. 단순히 실시간 이슈를 긁어모아 포스팅해도 높은 조회수가 나올 수 있다. 혹은 플랫폼 알고리즘에 따라 노출되기 쉬운 형식으로 써도 된다. 하지만 많은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많고 얕은 관심에 만족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깊은 관심이며, 내 글과 타인이 깊이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깊은 상호작용을 바란다.


화가 이중섭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때, 그의 친구가 이중섭을 어느 신문사 문화부장에게 소개했다. 이중섭에게 소설 삽화를 맡겨 보라는 제안을 했다. 문화부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친구는 이중섭을 찾아갔다.




“중섭이, 인제 되었네. 신문 연재소설 삽화를 맡아 달라는 사람이 있어. 그것만 그리면 부두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거야. 가족과 함께 살 수도 있고……”

“나는 삽화를 그릴 자신이 없어.”

이중섭은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니, 왜?”

“미안하네. 삽화는 못 그려…….”

친구는 이중섭이 삽화를 그리지 않겠다는 까닭을 알았다.

삽화를 그려 아무리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그림이 아니므로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가 이중섭>, 엄광용


생활고를 극복할 좋은 기회였음에도 이중섭은 삽화 그리는 것을 거절했다. 그것은 순수미술을 지향한 이중섭의 신념이었다. 무슨 작가적 자존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확고했던 것이다. 나 또한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서 나의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이 카카오 에디터나 운영자에게 인정받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정말 정말 기뻤다. 여자 친구도 기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소식을 전했고, 아버지께도 자랑했다. 다음 포털은 아버지가 애용하시는 매체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 나의 면을 세워준 브런치에 감사를 전한다.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얻은 쾌거였다.

















「다음 포털 메인에 글이 올라가다」 열 번째 글을 쓰고 얻은 쾌거 20.02.20.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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