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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27. 2016

S01E12 완벽주의의 늪

나는 비완벽주의자다

'완벽주의는 완벽하지 않은 것은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스티븐 기즈 저, 4쪽 


글이 확 뜨니
확 사라진 글쓰기 의욕


최근 내 글 중 한 글이 여러 플랫폼에 선정되면서 평소보다 주목받은 적 있다. 

공유성 글이 아닌 내 글이 다른 글보다 훨씬 공유되어 기분 좋았다. 쓰면서도 나름 뿌듯한 글이었기에.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더 반응이 좋자, 예상과 다른 기분이 들었다. 글을 더 열심히 쓰고 싶단 마음이 아니라 글 쓸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9월 말부터 1월 말까지 거의 매일 글을 썼다. 개중에는 후다닥 쓴 글도 있고(대부분..) 3~5시간 정도씩 쓴 글도 몇몇 있다. 100여 개 글을 쓰면서 때를 잘 만나 좋게 소개되어 위에 소개한 글보다 큰 반응을 얻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반응에 상관없이 꾸준히 썼다. 이번만 유독 달랐다.


이전에 소개된 글에는 들어간 힘이 별로 없었다. 매일 하나씩 쓴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을 때라 글을 썼단 자체에 만족했을 때였다. 시간이 지나 구독자가 늘고, 반응을 얻으면서 글에 힘을 넣었다. 평균 2,000자였던 글이 5,000자를 쉽게 넘기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글의 짜임과 내용을 신경 썼다. 글 하나에 들이는 공이 이전과 달라졌다.


그러면서 그 글에 건 기대가 커졌나 보다. 글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마음과 그걸 인정받고픈 마음이 동시에 커졌나 보더라. 그게 한 번 기회를 만나 터지니, 또 그만한 글을 써야 한단 부담감이 들었다. 다시 못 쓸, 불세출의 글도 아니건만 그게 부담되었다. 그래서 원래 써두었던 글 하나를 쓴 후 역대 최장 기간인 12일간 글을 쉬었다. 그나마도 써야 하는 리뷰여서 썼다. 다행히 그 후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가뿐한 기상 '한 번' 못 했을 뿐인데


이번 주에 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근 일찍 일어나는 걸 습관화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이란 책을 읽은 후부터. 

이번 주 내내 성공했다가 오늘은 깔끔하게 못 일어났다. 그냥 한 번 일찍 못 일어난  것뿐인데 좌절되었다. 나 자신에게 비참함을 느꼈다. 이걸 못하다니. 깊은 우울감이 들었다. 


진짜 원인은 완벽주의



일어나 시간을 보내며 잊으려 했지만 찜찜한 마음이 남아서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을 들고 나왔다. 이동하면서 읽는데 두 경험의 진짜 진단을 하게 됐다. 


나는 완벽주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완벽하지 않다면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엄청난 글을 또 쓸 수 없다면 쓰지 못하고, 매일 가뿐히 일어날 수 없다면 아예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건 글을 쓰는 것이고 일어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잘 써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더욱이 매일 글을 쓰면서 '완결성'을 요구하긴 무리다. 매일 쓰겠단 이유는 '완결성'이 아니라 '누적성'을 위함이다. '가뿐히' 일어나는 게 목표지 '가뿐'하지 않다면 안 일어나겠다면 곤란하다. 설령 힘들더라도 일어나는 게 진짜 목적이다.


스스로 작은 성취 결과에 도취하였다. EBS 지식채널에서 만든 영상 중 '칭찬의 역효과'가 딱 내 상황을 설명해준다. 


EBS 지식채널e <칭찬의 역효과>


내용은 이렇다. 한 초등학생 반에 어려운 문제를 주어 풀게 한 다음 반을 '무작위'로 둘로 나눈다.  한쪽은 '이렇게 잘 풀다니 머리가 참 좋구나'라고 칭찬하고 다른 쪽엔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칭찬한다. 그런 뒤 다시 어려운 문제를 주고 두 그룹의 반응을 본다.


재능을 칭찬받은 팀은 문제를 풀지 않는다. 분명 어려운 문제였는데 또 풀면 똑똑함을 증명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을 칭찬받은 팀은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로 생각해서 풀려고 한다. 그 결과 25% 성적 향상까지. 노력의 가치를 믿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그래서 나는 '비완벽주의자'가 되기로 한다. 확신을 갖고 현재형으로 쓰자. 나는 비완벽주의자이다. 사실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을 두 번 읽었고, 매번 시도하는 중인데도 놓치게 됐다. 계속 완벽주의자의 길로 갔다. 그렇지만 계속 다시 돌아가려 한다.


비완벽주의자의 삶


비완벽주의자의 특성은 이렇다.

1. 결과에 신경 쓰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2.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
3.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성공을 더 많이 생각한다.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스티븐 기즈 저, 95-96쪽
(1-3 번호는 아랫글로 이어가기 위해 제 임의로 넣었습니다)

각 번호에 따라 내가 할 일은 이렇다. 


1. 일단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글을 쓰는 것이고 일어나는 것이다. 잘 쓴 글, '가뿐히' 일어난 것에 기뻐하되 신경 쓰지 말자. 


2.은 글에 해당한다. 글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쓰려 하자. 꾸준히 쓰다 보면 잘 써질 것이다. 글은 단연코 양에서 질이 나온다. 퇴고의 힘도 쓸 힘이 있어야 한다. 


3.은 일어나는 것에 해당한다. '가뿐히' 일어나는 것에 실패할 거란 걱정하지 말고 '일어나는 것'에 초점을 두자. "미라클 모닝"의 주안점은 '가뿐히'가 아니다. 자기 전에 '기대하며' 자는 것이다(책엔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난 건너뛰기로 했기에). 자기 전에 오늘 감사한 점 3가지, 내일 기대할 점 3가지만 잘 생각하고 자자. 그거면 된다.


완벽주의 늪에서  뛰쳐나오기 위한 일환으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곧 잠자리에선 3.에 언급한 3가지씩 생각하고 잘 것이다. 잘 쓴 글, 가뿐한 기상은 내 소관이 아니니깐. 당연히 이 글 또한 잘 읽혔으면 좋겠고 내일 또한 가뿐히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보려 애쓰다 내가 할 일도 놓치는 우는 피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잘하자. 그거면 된다. 비완벽주의자가 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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