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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18. 2016

S01E11 출근길 조삼모사

마시멜로 1개 더 받기

학원에 제때 가려면 7시 20분 지하철을 타야 한다. 오늘 역에 와서야 지갑을 놓고 온 걸 알았다. 집에서 역까지 10분 정도라 왕복 20분 늦게 탔다. 20분 정도 차인데도 사람 수가 달랐다. 7시 20분에 타도 사람이 제법 있지만 40분 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람이 꽤 타는 역에선 앞 시간이 '끙..'이면 뒤 시간은 '꾸에엑'이었다. 앞 시간 사람들 표정이 그래도 중립에 가깝다면 뒤는 다들 분노에 가까웠다. 많이 내리는 영등포구청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 내릴 때면 앞 시간엔 그래도 다들 빠져나가게 비켜준다. 뒤 시간엔 사람들이 다들 짜증이 나서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안 비켜주려 한다. 그러다 가방이 걸리거나 어깨를 치면 살기가 느껴지게 인상을 쓰거나 짧은 욕이 나온다.


선택에 관해 생각하니 마시멜로 실험이 생각났다. 이 실험은 먼저 연구원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1개를 준다. 이걸 먹지 않고 일정 기간 참으면 1개 더 준다고 말하고 자리를 비운다. 바로 먹은 아이도 있고 버티다 먹은 아이도 있고 끝까지 버텨 1개 더 얻은 아이도 있다. 1개 더 얻은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른 점은 '만족지연능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위해 지금 참을 줄 아는 능력이 있단 것이다. 


일찍 가는 게 낫겠단 생각을 했지만, 아침엔 조금 일찍 일어나는 스트레스도 제법 크다. 언제 나갈지는 자기 선택이다. 조금 일찍 와서 조금 넉넉하게 갈지, 조금 늦게 와서 조금(?) 빡빡하게 갈지. 조삼모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선택에 따라서 더 나은 길을 알 수도 있다. 그중 어떤 게 자기에게 마시멜로 1개를 더 주는 건지 생각해보자. 


내 삶에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처럼 항상 불편함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선할 수 있거나 다른 대안이 있다는 가능성을 모르고 불편함에 불평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마시멜로 2개를 받을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겐 일찍 나가는 게 무조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는 것이다. 아침을 뭘 먹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피하고 싶다. 얼른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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