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왕릉
헌릉을 가기로 했다. 어제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태조·정종실록》을 읽었다. 태조의 계비인 현비의 무덤 정릉이 나왔다. 정릉은 집에서 멀었다. 헌릉은 지근거리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가며 안내 방송에 나오던 것을 자주 듣곤 했다.
'헌인릉...'
낮잠을 자고, 초저녁에 일어났다. 가기로 했으니까, 꼭 다녀오자. 헌인릉 앞에서 내렸다. 겨울나무 바로 뒤에 가로등이 있었다. 가로등은 나무보다 키가 컸다. 불빛이 나무를 위에서 비추었다. 헐벗은 나무에 꽃이 핀 것 같았다. 굴곡 있는 가지 하나하나가 하얗게 빛났다.
헌인릉으로 가는 길에는 ○○플라워, ☆☆난원, □□꽃농원, §§분재원 같은 상점이 보였다. 여기가 왕릉 앞이 맞나 싶었다.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 앞으로 갔다. 개인으로 온 성인은 1,000원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2월은 오후 5시까지 입장이고,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6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바깥에서 안쪽을 보았다.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주변은 한적했고, 허술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부 풍경은 웅장했다. 세계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괜히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따르고 존경하는 사업가인 어느 대표님은 힘들 때면 여주에 간다고 했다. 그는 고비마다,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마다 세종의 영릉에 다녀온다고 한다.
'나에게 헌릉이 그런 곳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헌인릉 밤 산책」 집 앞 왕릉 2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