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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국진이 빵

빵 보다 맛있는 추억

by 김과영




나는 어릴 때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만화책 대여, 유희왕 카드 구매 빼고 초등학생 때 돈 쓴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친구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PC방에도 가질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집착하며 매일 같이 사던 게 하나 있다. 바로 국진이 빵이다. 국진이 빵은 정확히 말하자면, 빵이 맛있어서 산 게 아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빵은 팥빵이었다. 국진이 빵은 여러 버전이 있어서 팥빵이 아닐 때는 맛있게 먹었지만, 팥빵일 때는 버렸다. 빵을 버리려고 사나 싶겠지만 빵을 사면 국진이 캐릭터가 그려진 씰을 얻을 수 있었다. 씰을 사면 빵을 준다고 해야 하나?



국진이빵.jpg 국진이빵



빵 매대에 팥빵밖에 없을 때 행동 요령은 다음과 같다. 빵을 산다. 슈퍼를 나온다. 두리번대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 비닐을 까고 씰을 뺀다. 빵은 슈퍼 근처 으슥한 곳에 버린다. 주로 오락기 밑이나, 야외 매대 밑이 표적이다. 씰을 얼마나 많이 모았던지 옷 서랍장 측면을 국진이 씰로 도배를 해놓았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던가, 빵을 처리하고 있을 때 누나에게 걸려버렸다.


“광혁이 빵 사서 안 먹고 버려!”


누나는 용돈의 출처가 되는 부모님께 일러바쳤다. 나는 그때부터 국진이 빵을 사지 않았다.























「그 시절 국진이빵」 빵 보다 맛있는 추억 20.02.24.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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