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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후생 Mar 18. 2020

말도 안 통하는 내가 일본에서 집을 구한 방법

말을 옮기는 은인 恩人




  일주일째 집만 알아보고 있다. 일본에 올 때 13만 엔(약 130만 원)을 환전해왔다. 일주일 만에 2만 엔 넘게 써버렸다. 한국에서도 이렇게까지 플렉스 해본 적은 없었다.   


  '빨리 집 구해야 하는데'


한국에 있을 때 미리 계약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눈에 불을 켜고 셰어하우스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이곳저곳 문의를 넣었다. 한국과는 달리 응답이 느렸다. 통화 서비스가 없는 유심이라 전화도 못 했다. 전화 연결이 됐더라도 일본어가 일천해서 애꿎은 통화료만 나갔을 것이다. 메일밖에 통로가 없었다. 하루 이틀 걸려 답장이 왔다.


  다행히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카톡으로 상담을 해줬다. '히츠지 부동산(ひつじ不動産)'이라는 셰어하우스 소개 사이트가 있는데. 히츠지는 한국어로 양이라는 뜻이다. 도쿄 스미다구 킨시초 역(錦糸町駅)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찾았다. 물어보니 '도미토리'만 있다고 했다. 도미토리는 한 방을 여러 명이 공유하는 형태를 말한다. 




히츠지 부동산




  가격도 적당했고, 위치도 도심지였다. 한국으로 치자면 영등포 정도 될까? 킨시초 역 셰어하우스를 '견학'하기로 했다.




킨시초 역 앞 풍경




중개인 다나카 씨를 만나기로 한 PARCO 백화점



  나에게 답신을 주고 약속을 잡았던 사람은 일본인 다나카 씨였다. '파르코' 앞에서 보자고 했다. 파르코는 백화점 이름이다. 견학하기로 한 집과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이야기를 나누며 건물에 도착했다. 외벽에 '맨션'이라는 입체문자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일본의 맨션은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하다.


  셰어하우스가 있는 곳은 12층이다. 엘리베이터는 11층까지 운행했다. 한 층은 걸어서 올라갔다. 맨 꼭대기였다. 다나카 씨가 문을 따고 들어가려는데 뒤쪽으로 높이 솟은 타워가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카이트리였다.


  거실 소파에 입주자 셋이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일본인 둘, 한국인 하나였다. JLPT(일본어 능력시험)는 1급부터 5급까지 있는데. 수준에 따라 N1, N2, N3로 나타낸다. 숫자가 높을수록 수준이 낮다는 뜻이다. 솔직히 나는 N5도 안 되는 실력이었다. 그런 탓에 다나카 씨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하물며 계약 시 사용하는 부동산 용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박'이라는 한국인이 거기 있었다. 일본 발음으로 '바쿠'라고 불렸다. 운이 좋았다. 바쿠는 나와 다카나 씨를 이어주었다. 다나카 씨의 말은 한국어로 옮기고, 내 말은 일본어로 옮겼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안심됐다.


  '여기 괜찮지 않을까?'


한국인 한 명에 일본인 다섯 명이 살고 있었다. 일본인의 문화를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 같았다. 더불어 통역해줄 한국인까지 있으니 언어도 순탄히 배울 수 있다. 같이 사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장점이 더 커 보였다. 여기가 아니라면, 게하로 돌아가야 했다.


  다른 셰어하우스 소개 사이트들은 견학 날짜를 잡아야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죄다 견학 예약이 차 있었고, 그마저도 예정일이 다음 주였다. 그다음 견학은 대개 미정이기도 했다. 견학일까지 적어도 2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안 들지도 모르는 방을 보기 위해 마냥 축내야만 한다.


  사진만 보고 계약한다면 들어갈 수야 있지만. 그것은 최후의 방법이고, 킨시초 도미토리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다나카 씨는 계약서의 마지막 장을 폈다. 그는 날짜와 방세를 적었다. 나는 영어 이름과 생년월일, 만 나이를 기입했다. 마지막으로 하단에 다시 영문 이름을 쓰고 (印)에 빨간 도장을 찍었다.


  다나카 씨는 규칙을 설명했다. 실내 금연이고, 청소하는 분이 오실 거라고 했다. 열쇠에 보증금이 있었다. 받을 때 5천 엔. 잃어버려도 5천 엔. 퇴거할 때 돌려받는다. 방세 내는 날은 매월 25일. 기한에 늦으면 연체료 2천 엔이 붙는다. 캠페인을 하고 있어서 6개월 이상 계약은 첫 달 반값이었다. 캠페인은 우리말로 할인 행사 같은 거다. 


  6개월 동안 살기로 했다. 월세는 집세에 공익비를 더한 금액이다. 공익비는 관리비라고 보면 된다. 공익비는 23,500엔. 집세는 16,500엔인데, 반값이니까 첫 달은 8,250엔을 낸다. 계약금도 2만 엔 있다. 합쳐 51,750엔을 내고 계약을 마쳤다. 그리 파격적인 행사는 아니었다. 그래도 깎아주는 것이 어디인가. 


  월세는 계좌이체로만 받는다고 했다. 일본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야 했다. 집도 구했겠다, 이제 본격적인 워홀이 시작됐다.





























「말도 안 통하는 내가 일본에서 집을 구한 방법」 말을 옮기는 은인 恩人  20.03.17.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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