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나리타 2시간 25분
일본 와서 처음 대화한 일본 아주머니가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했다. 나는 일본인이라고 해도 위화감 없는 얼굴인 것일까.
검은 가방이 보이는 2층 침대가 내 자리다.
일본인 기준이라 그런지, 문머리가 낮았다. 목과 어깨가 굽어 키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숙이지 않으면 부딪히기 때문에 이마가 자주 아팠다.
나는 빅심에서 출시한 유심을 쓰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한인 워홀 모임을 갔는데, 대부분 라인 모바일 것을 썼다. 그래도 빅심을 쓰면서 후회되는 순간(?)은 없었다. 귀국할 때 해지해야 해서 위약금이 아깝긴 했지만, 다른 곳과 비교하면 싼 편이었다.
핸드폰 개통하러 빅카메라에 갔다. 빅카메라는 전자기기 전문점 같은 곳이다. 직원을 붙잡고 2시간 동안 매달렸지만 통신사 개통에 실패했다. 직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돕는 분위기다. 손님한테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걸까? 알아서 해보랴, 선임한테 물어보랴, 매니저에게 물어보랴, 직원은 바삐 움직였다. 실망을 주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던 모습은 고마웠다. 타국 땅에 도착한 첫날 받은 소중한 도움 아닌가. 마지막에 들은 말은 결국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적잖이 배가 고팠다. 외국에 나오면 역시 그 나라 '전통 음식'을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서 우메보시를 샀다. 최악의 신맛이었다. 호기롭게 샀으나 호기롭게 버릴 순 없었기에 꾸역꾸역 먹었다.
아차, 돼지코를 안 사 왔다! 노트북이랑 핸드폰 배터리가 반쯤 닳았다. 핸드폰 배터리 잔량 표시가 노란색이다. 어째 불안 불안하다. 돼지코는 일본어로 '헨칸 프라그(変換プラグ)'라 한다. 동네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편의점에도 다이소에도 없었다. 돈키호테 전자 코너에 가서야 겨우 발견했다. 크기랑 모양이 여러 가지여서 더 헷갈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게스트하우스에 더 머물러야 함을 느꼈다. 게스트하우스 7박을 결제했다. 자기 전 일본어를 공부했다. 아직 가타카나를 못 외웠다.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배우는 게 더 빨라! 라는 생각으로 곧장 왔다. 셰어하우스 소개 사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 가츠시카 주변 셰어하우스를 알아볼 것이다. 이 동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통신사를 개통하기 위해서든, 일을 구하기 위해서든, 워홀에 적응하기 위해서든 어서 숙소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