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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후생 Mar 19. 2020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는 이렇습니다.

MBTI 성격 유형 검사해보지 않을래요?




  "자기 MBTI 검사 뭐 나와?"


  "음"

  "그 사이트"

  "보면"

  "알 것 같은데"


  "정확하게 알려조!!!"


  "나 예전에"

  "논리적인 사색가"

  "INTP 나오다가"


  "악 ㅋㅋㅋ"

  "자기 잘 외운다"


  "재기발랄한 활동가로"

  "ENFP로 나왔엉 최근에"


  "자기 진짜 잘 외운당"


  "외운 게 아니얌"

  "보고 말하고 있엉"


  "나는 ENFJ인뎅"

  "자기 거 찾아서 해설 영상 보러 가야징"

  "키키키"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앙앙!'

  "오바마랑"

  "같은 성격"

  "중딩 때부터 그거 나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친구와 카톡하다 예전에 해본 'MBTI 검사'를 떠올렸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분석형, 외교형, 관리자형, 탐험가형 4가지 유형 속에 각각 4가지 성격이 있다. 논리적인 사색가, 재기발랄한 활동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등이 그것이다. 여자친구 성격유형 해설 영상도 보고 내 성격도 보았다. 얼추 맞는 것 같다.



분석형 유형들




  댓글을 보면 유형에 따라 극명한 성향 차이가 난다. '논리적인 사색가형 INTP' 댓글은 이런 식이다.


'눈치는 개빠른데 그냥 안 맞춰주는 거'

'일상적인 대화에서의 리액션은 대부분 정말 공감해서 하는 게 아님 크면서 배운 연기일뿐'

'진지한 대화 개좋아함'

'고민상담들어모면 해결책 말해줌'

'혼자있는거 좋아함'

'누구랑 같이 산다는거 진짜 상상이 안 가고 누가 내 공간에 침입하는게 불쾌스러움'


  INTP가 나왔던 시기의 나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혼자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향적이었고 말을 아꼈다. 타인과 교류하는 법을 몰라서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어떻게 리액션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어느 댓글처럼 나도 리액션을 '배워서' 알았다. INTJ는 가장 로봇 같은 인간, INTP는 가장 인간적인 로봇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은가.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을 닮으려 애쓰는 모습인 거다.


  지금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감정을 느끼는 대로 반응하고 표현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성향과 낙관적으로 살려는 의지가 생겼다. 더는 남과 함께 산다는 것 혹은 침범받는 것에 큰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과거에 나는 민감한 성향 때문에 여러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일부러 둔감해지는 훈련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최근 검사 결과인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 댓글은 이런 식이다.


'듣다가 한 문장 듣고 그거 관련 상상하다 또 놓쳐서 10초 뒤로 하다가 듣는 거 포기함'

'인싸에 활발, 외향적 그 자체로밖에 보지 않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꽤나 내향적이라 생각하는 부류'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미하리라'

'관종 싫어하는 관종 근데 막상 관종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은 관종'

'4차원, 호기심, 상상력, 아이디어 뱅크'

'공상을 너무 자세히 오래 하며 그 당시엔 그것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 그런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시들해짐'

'무리에서 조금이라도 소외되면 그 모임 나가기 싫음. 무조건 내가 리더이거나 인기쟁이여야 함'

'자기애 최강. 자존감 매우매우 높음. 그래서 단점도 나만의 특별함 같이 느껴짐'

'오랜 기간 동안 해야하는 과제는 완성도가 떨어짐'

'이런 거 찾아보는 거 최고로 좋아함'

'주변인의 행동과 속마음을 꿰뚫어봄. 하지만 그만큼 오해도 잘하고 상처도 잘 받음'


공감되는 대목이 많다. 다른 유형 댓글도 찾아 읽어봤는데, 유형이 달라도 겹치는 성향은 여럿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ENFP가 나를 가장 비슷하게 설명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한테 항상 '발 넓다, 인싸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마음 둘 곳이 많지는 않다.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술자리에서 신나게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책 읽고 글 쓰는 조용한 활동도 선호한다. 단체 운동이나 단체로 하는 게임은 즐기지 않으니 내향적인 성격에 가까운 듯하다.


  항상 머릿속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지나온 행적을 돌이켜보면 진로나 사상(?)이 자주 바뀌었다. 주의집중력이 낮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실천력이 떨어진다. 생산성이 낮은 습관을 고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한 번 뱉은 말, 한 번 시작한 것은 꾸준히 이어가려 한다. 작년에 큰 맘먹고 워홀을 가기 위해 휴학을 했다.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동안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가족들과 먹고 떠드는 시간이 좋아서 갑자기 워홀을 안 가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휴학까지 했는데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나. 길지 않은 4개월이었지만 다녀왔다.


  브런치에서 매일 하나의 완결된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슬아 작가처럼 글을 쓰는 좋은 글쟁이가 되고 싶다. 시작한지 한 달 반에 접어들었다. 중간에 장애물도 있었고, 글 쓰고 반응이 나쁠까 봐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다. 용기 내서, 힘내서 꾸준히 쓰고 있다. 사이버 강의 때문에 요즘에는 과제가 많다. 과제 자체가 대부분 '쓰는 일'이다 보니 체력이 부친다. 어제는 과제인 리포트를 2시간 동안 쓴 다음, 3시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썼다. 일정을 마치고 나니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어 밤을 안 새워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쓰는 나날이다. 최대한 딴짓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야겠다.


  '자기애 최강. 자존감 매우매우 높음. 그래서 내 단점도 나만의 특별함 같이 느껴짐'

 

  지져스;;; 그렇다. 난 나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굿 나잇.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는 이렇습니다.」 MBTI 성격 유형 검사 해보지 않을래요?  20.03.18.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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