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대면 강의에서 나는 성적을 잘 받는 편이었다. 그 비법 중 하나는 '훌륭한' 수업 태도였다. 나는 수업 시간에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집중하는 학생이었으며, 교수님의 강의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따로 찾아가 열성적으로 질문했다. 졸릴 때는 뒤에 나가 서서 들었다. 모두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자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교수님들은 그런 나를 아끼셨고, 남다른 성실성을 인정해주셨기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는 완전히 달랐다. 모두가 자고 있더라도 누군가의 자는 모습이 '교수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뚜렷한 정신으로 수업 듣지 못하는 날이라도 '뒤에 나가' 수업을 청강할 수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나에게 수업 환경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다.
교육자가 학생들에 대하여 수시로 관찰하며 내리는 평가를 '관찰평가'라 한다. 코로나는, 어떤 교수님도 관찰 평가에서 특정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변별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 성실성과 내가 교수님께 보인 어떤 '충성심'.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비대면 강의에서 어떤 문제도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제의 족보를 선배로부터 물려받아 그대로 제출하는 사람도 있었고, 온라인 시험은 부정행위에 무방비했다.
중요한 것은, '성실함'을 어필할 수 없는 환경이 되자 나의 '능력' 자체가 '무방비'하게 드러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글 쓰는 능력, 자료를 찾고 가공하는 능력, 리포트를 조리 있게 풀어가는 능력, 발표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능력 등은 수면 마취된 환자의 무표정처럼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단연코, 공정한 무대에서 경쟁했다고 확언할 수는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강의에서 받은 나의 성적은 이전에 받은 성적과는 구별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별된 성적은 나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학생으로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너 자신으로서 새로운 무기를 갈고닦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실력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