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by 김결 kimgyoel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도움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가 후보자에게 거절을 얘기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헤드헌터를 관두고 다시 작가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바빴고, 지금은 일이 많아 바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보내다 보니 벌써 헤드헌터로 일 할 때 일들이 뚜렷하게 기억 남지 않는다. 겉으론 괜찮아 보였으나, 속은 꽤 복잡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금방 기억이 희미해지는 걸 보면.


가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헤드헌터로 일할 때 만났던 후보자분들에게 연락이 오거나, 아니면 아직 헤드헌터 소개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나의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주는 분들이 있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잠깐, 뒤이어 내가 해야 하는 말에 죄송함과 속상함이 몰려온다.




"안녕하세요, 저는 OO기업에서 O년간 일한 OOO입니다. 예전에 이직 도와주실 때 너무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다시 연락드립니다. 혹시 포지션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OO님!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간 잘 지내셨을까요~? 다만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이직을 해서 지금은 도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괜찮으시다면, 제가 현업에서 일했을 때 의지했었던 헤드헌터 분께 OO님의 연락처를 전달드려도 괜찮을까요? 일을 정말 잘하시는 분이시기에 OO님을 충분히 도와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천천히 고민해 보신 후에 회신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평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다시 한번 연락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는 여기까지다. 누군가는 나의 태도를 보고 '뭘 그렇게까지 하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들 눈엔 그저 오지랖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나 역시 충분히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 유튜브에 올라오는 뉴스 영상에서도, 인터넷 홈 화면에 나오는 뉴스 기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지금 취업, 이직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


헤드헌터였던 나도 겪었다. 이직을 꽤 잘하던 나 조차도 헤드헌터를 관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는 꽤나 어렵고 힘들었다. 예전이면 이력서를 보고 면접 보고 싶다며 연락을 줬을 텐데, 이번엔 면접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면접은 자신 있다 외쳤음에도, 그것과 상관없이 떨어졌다.

이건 헤드헌터로 일하면서도 꽤 많이 느꼈다.


정말 FIT 하지 않으면 뽑지 않겠다는 회사의 태도, 눈을 낮춰 가지 않겠다는 후보자의 마인드. 그리고 그 사이의 두 사람을 조율해야 했던 헤드헌터였던 나.


"헤드헌터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묻는다면 고민에 잠긴다.

나는 일을 사랑한다. 일 하는 나를 사랑하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일을 할 땐 "내가 언젠가 이걸 관두더라도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보자. 정상에 서서 아, 나 이제 할 일 다 끝냈다. 이제 미련 없다." 할 정도로 일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근데 헤드헌터로는 그러지 못했다.

나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며, 얼어붙은 채용 시장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했던 일에서 아픈 손가락을 꼽으라면 헤드헌터가 아닐까 싶다.

언젠간 채용 시장이 활발해지거나,

내가 누군가의 커리어를 다시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높아진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도전하고 싶다.


우리가 살면서 고맙다는 말을, 감사하다는 말을

잘해줬던 기억이 있어 생각나서 연락을 주셨다는 말을 얼마나 듣겠는가.

평생 갈 거라고 생각했던 인연도 하루아침에 멀어질 수 있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거절만 받다가, 요즘엔 내가 부탁을 거절하지만

그럼에도 이직을, 취업을 준비하는 모두를 응원한다.

다시는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니는 건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도,

만약 들어가도 3개월도 못 버틸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나도,

나를 믿고, 뽑아준 회사를 만나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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