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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동 Nov 12. 2015

"수능시험"

수능을 보고 좌절하고 있는 있는 그대. 






‘수능’이라는 두 단어는 늘 나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먹다 남은 음료수 마냥 

마지막 수능을 보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11월이 돌아오면 한쪽 가슴이 꺼림찍 했다. 

마치 고쳐지지 않을 것 같던 이러한 이상한 병(?)은 5년 정도 흐린 뒤에 나 없어진 것 같다. 

어느순간부터 무덤덤하게 11월을 넘어갔던 것을 생각해 보면. 


나는 세 번의 수능을 봤고, 결국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채 포기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서 그것도 하나의 ‘일’ 일 뿐이네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계속됩니다. 하고 

하나둘 둘 기억을 더듬어 회상하듯 편하게 말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그리 편하게 말하지는 

못할 듯 싶다.


고등학교 때의 첫 시험. 사실 나는 수능을 보기도 전에 재수 생각을 했다. 

그래서였을까? 시험이 끝나고 한숨을 쉬며 한참을 집까지 걸어왔지만,그 우울함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은 

후에도 늘 문제를 일으켰다. 각종시험을 신청하고 보지않기 일쑤였고, 운동에서 부터 

악기를 배우는 일까지 늘 그랬다. 후에는 이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못하는

 그 “성격” 자체도 하나의 재능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래서 재수를 준비하는 이에게 단 한가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혹은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재능이 있나, 스스로에게 철저히 검증을 해보라는 것이다. 

정말 열심히 하고도, 실패할 확률은 있지만, 그것은 수능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러니. 


사람이라는 것이 자기가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처음 이루지 못하면, 여행을 가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또는 즐거운 것을 보더라도. 그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에 남아 

재미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끝나,

다시 한번 수능을 보기로 결심을 했다면, 지금 이시기가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서 한번, 두번, 세번 (수능이 아니더라도) 이것 저것에 떨어져 보면

사실 그 떨어짐에 익숙해져버려, 모든것이 초연하게 되버리기 때문이다. 

이 초연함은, 시험을 다시 한번 망쳐도 쉽게 극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절박함에서 오는 집중력의 힘을 잃게 한다.  


시간이 지나고,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다시 그렇게 또 공부를 할 것이냐고.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늦어지고, 많은 시간을 쓸 줄 미리 알았다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난 유학이라는 것도, 혹은 다른 길이 길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나는 수능이라는 길만 알았다. 물론 그 눈가리개에

구멍이 송송 나서, 이리저리 휘둘렸지만. 

그래서, 아마 난. 그 당시로 돌아가도 또 수능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능을 망쳐 좋은 점도 몇가지 있긴 하다. 생각보다 부모의 기대를 일찍 저버렸기에, 

다음번 실망을 드리는 것에 크게 두려움이 없었고, 공부에 대한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똑똑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한 점도 있던 것 같다.

또한, 실패자라는 타이틀을 일찍 달았기에  겸손해지자거나, 잘난척하지 말자와

 같은 다짐을 스스로 부여할 생각조차 없었다. 


-나쁜 생각을 하는 그대에게-


두번째 수능을 보고 난 후, 강남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나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버리며 참 많이 울었다. 마음이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냥 세상속에서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 때 그랬다면. 아마도 미국행 비행기에서의 설레임도, 가우디의 작품을 통한 전율도, 

그리고 뜨거운 사랑 경험도 없이, 그렇게 사라졌을 것 같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을까?

특히나, 1평 남짓한 독서실에서 매일 원하는 대학을 쓰며, 하루를 버티고

손바닥 만한 단어장을 외우고 다녔던 당신이라면. 

더 억울할 듯 싶다. 



—————————————

글이 뒤죽박죽이 되었네요. 예전에, 작은 꿈이 있었다면 수능을 보고 좌절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지금보다, 더 멋지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면 조금더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길을 가고 있는 저의 조언이 우연히 글을 본 한 분에게라도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수험생 및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을 응원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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