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라하를 좋아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거의 두 달 만에 글을 써봅니다. 3년 반여 만에, 유럽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주로 있었고, 독일 맨하임과 과 체코 프라하에 잠깐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에서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글을 한번 인터넷에 올려봅니다. 스위스에서부터 이어지는 글이라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도 읽고 즐거움을 느끼신다면 기쁠 것 같네요.
프라하는 연인들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일주일을 채 머물지 않은 내가
무엇을 알 수 있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 순간. 어느 도시가 썩 마음에
들곤 한다. 나에게는 프라하가 그랬다. 옆에 누군가와 손을 잡고, 그저
거리를 걷고 싶게 만드는 곳. 프라하는 그런 곳이었다. 제네바 공항을 떠나 이른 오후에
도착한 프라하 공항.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길. 첫 도시의 느낌은 “구식”
이었다. 이곳저곳 손봐야 할 것 같은 낡은 건물들과 오래되어 보이던 트램.
헌데 스위스의 깨끗한 거리와 건물을 좋아하던 내게,
어딘가 부스럼이 떨어질 것 같던 이도시는 이상하게 정이 들게 했다.
며칠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서 프라하를 떠올려 보면, 도시 곳곳은 부서진 조각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외관과, 현대식 내부가 잘 조화되어 있었다. 사실 관광객의 입장에서
이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역사를 보존한다는 이름 하에, 정부는 보조금을 지불
하고 백 년이 넘은 집수리를 하지 못하게 한다. 벽이 부서지면, 그대로 두게 했다. 도시가
점점 더 오래되어 보이는 것. 그래서 내가 입을 벌리며 “우와” 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정부가
원하는 일이라면 성공했으리라. 체코 정부도 이런 정책을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인가 색이 바랜 건물들과, 저 멀리 보이는 성들을 보자면
나도 모르게 “정말 좋다.”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건축공부에 손을 뗀지도 오래, 늘 보고 싶던 프랭크 게리의 춤추는 건물을 보고도 오늘
저녁을 뭘 먹을까를 생각하던 나였지만. 아무 생각 없이 연인의 손을 잡고 돌담길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 저녁 한 끼쯤이야 잠시 잊어도 될 만큼. 프라하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야경, 건물,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프라하를 좋아한 것은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값싼 레스토랑과 렌트에 프라하는 서, 북유럽에서 허리를
졸라매던 여행객 들에게 잠깐 쉬어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왼손엔 꿀이 담긴 와인
오른손에는 뜨르들로와 메도비닉 케이크를 쥐고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녔던 며칠은 유럽에
있는 내가 가장 풍족하게 생활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렇듯 프라하는 내게 휴식을 주었다.
샤워도 하기 싫고 일어나기 귀찮아서 종아리를 왼쪽 발로 북북 긁으며 쉬던 어느 일요일처럼.
경비 걱정을 하지 않고 음식을 먹고, 이리저리 돌아다
니며 유럽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눈인사를 했다.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늘
숙소를 나와 길을 걷곤 했지만.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프라하, 진흙이 묻은 발자국을 남기고 들어가도 될 것 같은 외할아버지 댁.
그렇게 프라하는 나에게 언제든 쉬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프라하가 좋았다.
1. 메도비닉(?) 케익 : 러시아권 나라에서만 파는 케익으로, 떡과 케익이 혼합된 맛. 아주 달지도 않고 맛있다.
2. 체코의 전통 길거리 음식. 뜨레들로. 거리 곳곳에 있다.
3. 시스터 샌드위치 : 프라하의 명소중 하나인 "시스터" 의 샌드위치. 괴이장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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