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통화가 가르쳐 준 말의 온도

이왕 사는 인생 유쾌한 사람과 함께

by 김해
말의 온도는 관계의 온도와 매우 유사하다.
한 통의 불편한 통화가 내게 알려준 건,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비교적 좁은 생활 반경에서, 제한된 사람들과만 만난다.

항상 똑같은 업무에,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학생들과 동일한 시간에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 내게 요즘 참 신선(?)하면서도, 그렇지만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 나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 인지 고민하게 했다.




그 경험은 미진 씨와의 통화에서였다.

미진 씨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분이다.

미진 씨의 남편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이다.

강사로서 나는 교육 출판사의 자문위원, 검토단 하는 것이 참 좋다.

내 의견이 교재에도 반영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재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보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진 씨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했다.

나: "미진 씨! 교육 출판사의 교재 검토단 모집하는데, 미진 씨와 남편분도 관심 있으시면 같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진 씨:"저희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수능 출제위원도 아니고, 제 남편이 이전에

E*S 수**강 검토도 했는데, 그때도 바빠서 겨우 했답니다.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수능 출제하는 것도 아니고, 저희는 그런데 쓸 시간이 없어요."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신선하면서도 무례한 대답에 많이 서운했다.

'굳이 저렇게 대답을 했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진 씨의 언행을 보면

자신과 자신의 남편, 또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너그럽고,

항상 그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신다.


전에도 남편 분의 학력, 자신과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굉장히 자랑하셨는데...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두 분이 존경받을 직업을 가지신 것은 맞지만.. -왜냐하면..

나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탄하거나 부럽기까지는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만약.. 미진 씨였다면 이랬을 것 같다.

그냥 솔직 담백하게...

"김해 선생님, 저희 바쁘기도 하고, 그 출판사의 교재 검토하는 일에는 지금은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다음에 관심 생기면 말씀드릴게요."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굳이 비하하는 발언과 비교까지 하며 안 해도 될 말을 할 필요가 있나... 라며

미진 씨와의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미진 씨의 말에는 나를 배려하는 온기가 조금 부족했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예쁘게 보이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온유한 사람, 참 좋은 사람, 같이 있으면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하나의 사건으로 인하여 인간관계를 싹둑 정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굳이, 저 분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유쾌하지 못할 것 같다.

그냥... 필요할 때 가끔 안부를 나누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잘난 척하고 배려심이 없는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언행을 하진 않았나?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든지 내가 마음 따뜻해지는 포근한 사람,

만나면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시간도 상대방의 시간도 무척 소중하니까.



* 제 글에 실린 미진이라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하여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눈물 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