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안에서 새어나가는 모든 빛과 소리를 청테이프로 꼼꼼히 막았다. 청테이프가 한 겹 두 겹 쌓일 때마다 그의 가면도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었다. 모든 빛과 소리가 완전히 막히자 방은 진공상태의 우주 같았다. 그의 두 발은 무거운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움직였다. 그가 입고 있던 까만색 티셔츠를 미련없이 벗어던졌다. 그의 발 밑에 얇은 티셔츠가 힘없는 먼지처럼 폭싹 떨어졌다. 그는 위태로운 난간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옷장 문을 열었다. 옷장 안은 온통 까맸다. 그 안에 손을 넣고 휘저으니 손 끝에 거칠고 뾰족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것을 꽉 쥐고 어둠 밖으로 꺼내자 무수한 보석들이 부드러운 실크 위를 수놓고 있었다. 마치 은하수 같은 영롱함에 그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구멍을 찾아 두 다리를 넣고 옷자락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그는 온 몸에 은하수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립스틱을 꺼내어 뚜껑을 열고 입술 위에 발랐다. 그리고 침대 맡에 놓여있는 노란색 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무드등을 켰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랍 위에 있는 스피커의 재생 버튼을 힘주어 눌렀다. 곧 바로 스피커에서 낮은 베이스 음이 깔린 관능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그의 발끝이 음악에 맞춰 서서히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손끝은 아무렇게나 공기를 갈랐다. 그의 목과 허리가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으로 휘어졌고 발끝은 날아갈 듯 지면을 박찼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옷에 붙은 보석들이 서로 부딪히며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움직임이 격해지자 보석들이 마치 길을 잃고 까만 어둠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유성우처럼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침대 위로 올라가 처음으로 달을 밟는 인류처럼 사뿐히 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칼이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이마와 뺨에 검은 머리카락이 들러 붙었고 입술 선에 정갈에게 맞추어져 있던 붉은 립스틱은 아무렇게나 번져갔다. 베이스 음이 고조되면서 음악은 절정으로 다다랐고 그의 거칠어진 호흡과 춤도 음악에 맞춰 치닫았다. 이 순간 그는 이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어떠한 규칙도 계획도 없는 정상궤도를 벗어난 움직임이 오래도록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