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 이후, 첫 번째 센세이션

Timothée Chalamet / Call Me By Your Name

by 하나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세 번 봤다. 한 번은 극장에서, 한 번은 아이튠스로 자막 없이, 한 번은 아이튠스 코멘터리로 (블루레이 버전과 같은 코멘터리라고 합니다). 한 번 보고 거의 모든 대사와 장면을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앞선 브런치 글 참조), 여러 번 보면서 깨달았다. 거의 다 외운 게 아니고 다 외우고 있었어!!! 다시 보는데도 대사고 장면이고 음악이고 카메라 워크고 처음 발견한 게 아예 없어서 깜짝 놀랐다..;;;;

(코멘터리 보면서 알게 된 새로운 정보들은 몇 개 있었다. 집에 놀러오는 게이 커플 중 한 명이 원작자인 안드레 애치먼이라는 것, 엘리오가 올리버 기다리면서 배경 음악으로 Futile Devices 나오는 굴다리신에서 하얗게 날린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이 필름이 망가진 걸 그대로 써서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것, 엔딩신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이어폰 꽂고 Visions of Gideon을 듣고 있었다는 것.)


흔히 말하는 '덕통사고'로 티모시 샬라메의 각종 동영상을 찾아 보고 이 명연기와 이 인간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데, 어떤 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티미는 신이 세상에 준 선물이야. just pure wonderfulness.'


전 세계에서 티미의 매력으로 인한 사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뉴욕 라과디아 예술 고등학교에서 수업 과제로 랩 동영상 만들던 학생 티미는 이제 파파라치에 쫓기는 스타가 됐다. 지미 키멜부터 지미 팰런, 엘렌쇼, 레잇레잇쇼 등 알 만한 토크쇼에는 모두 출연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2017년 1월 이후 불과 1년 여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 개봉이 2018년 3월이니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아니오..)


2017년 9월 GQ Style 표지. A Star Is Born. 티모시 샬라메를 말하는 가장 완벽한 문장이 아닌가.


가장 놀라운 건 영화도, 티미도,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치 - 예술성과 상업성- 를 너무나 훌륭하게 성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춘과 사랑에 대한 가장 완벽한 시각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선댄스의 호평 이후 전 세계의 각종 영화제에서 백 번 이상 노미네이트 되고 백 번 가까이 수상했다. (최근에 이런 사례가 있었던가 싶음) 동시에 이 영화는 전 세계의 소녀팬들이 자동으로 터져 나오는 미소를 참지 못해 주먹 꽉 쥐고 심호흡하게 만드는 극도로 센슈얼한 영화다. 배우들의 외모, 음악과 영상의 조합은 대놓고 상업적이라는 영화들도 해내지 못한 극단적인 자극을 준다. (어떤 관객은 이 영화에 대해 백인 게이 포르노라고 하기도 했음. 동의하지 않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표현;;)


영화를 촬영할 당시 19살이었고,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당시- 현재 22살인 티미의 재능과 매력은 센세이션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배우이자, 할리우드 아이콘 제니퍼 로렌스가 덮치겠다고 공언한 가장 매력적인 청년.


정말 무슨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깡마른 몸)는 가는 영화제마다 소녀 팬들 함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거다. 소년이 예쁜 경우는 봤어도, 성인 남성이 아름다운 건 정말 아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어디 외모만 가지고 스타가 될 수 있던가. 캐릭터가 있어야지. 그런 면에서 티미는 수줍은 듯하면서도 당당한 말투에 풍부한 어휘력+유창한 불어 실력부터 그냥 '요즘 애' 같은 제스처, 발군의 댄스 실력(!!)으로 무장한 스타 퀄리티의 총체다. 예술가의 고상함과 ‘요즘 애’다운 예측 불가능성이 공존하는 캐릭터. 음울하면서 밝고, 순수하면서 성숙한 느낌..; (이게 지금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나도 몰라)


그림인가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 연기에 대해서는 신비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실제로 존재한 누군가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던 연기는 100%가 아니라 200%, 300%의 느낌. 어떤 면에서는 연기한 게 아닌 것 같기도.. 본인도, 감독도 기대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았을 수준의 이런 연기는 티미가 앞으로 다시는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뭔가 운명이 만들어 낸 것 같은 연기라서.. 그 나이의 티미, 그 순간의 이탈리아 공기, 함께 했던 아미 해머에 대한 동경과 애정,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연기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속편 같은 거 만들면 안 되는 건데, 이 양반들이 이미 속편을 만들고 있음...하..; 하지 말지..)


그러나 티미의 재능이 동년배의 어떤 배우들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코멘터리를 보면서, 티미가 자기 연기, 그리고 자기가 연기한 캐릭터 엘리오를 얼마나 객관화하고 있는지 깨닫고 놀랐다. 엘리오를 '그'라고 말하고, 엘리오의 표정이나 행동(내가 보기엔 티미의 표정이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서 저래요.' '10대의 호르몬 익스플로전이죠.' '하하, 다 티 나는데 자기만 몰라.' '안 자고 있었던 거 너무 창피한 거죠.' 등등 너무너무 남 얘기하듯 하는 게 정말 신기했다. 저거 연기할 때 어땠어요, 라는 식으로 티모시 샬라메의 소회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엘리오라는 애의 행동을 구경하면서 쟤가 저러는 건 이래서예요, 쟨 저런 애예요, 같은 말을 하는... 역시 천재들의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은 자기 객관화인 것 같다.


티미의 다음 작품은 '연기의 신' 스티브 카렐과 함께 한 <뷰티풀 보이>(제목이;;) 라고 한다. 마약 중독 소년을 연기하는데 아버지가 스티브 카렐이라고.


https://youtu.be/y23HyopQxEg

뷰티풀 보이 트레일러

티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90년대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렸다. <길버트 그레이프> 개봉했을 때가 열아홉이었고, 디스 보이즈 라이프, 배스킷볼 다이어리, 토탈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여학생들 책 표지를 장식하실 때가 20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타이타닉으로 세계를 지배했을 때가 스물셋. 연기도 연기고, 하얗고 깡마르고 아기처럼 웃는 모습이 너무너무 비슷하다.


엄청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10대 배우에서 시대의 아이콘 하면 첫 손에 꼽히는 스타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성장하는 것. 아마도 이게 티미의 미래가 아닐까. (티미 외모가 디카프리오처럼 될 거라는 얘기는 절대 아님; 네이버.)


분명한 건, 티미는 디카프리오 이후로 영화계에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센세이션이라는 거다.

파파라치 샷이 화보. 너무 너무 뉴요커...;;
입 찢어지는 팬과 귀염귀염 열매 과다 복용한 티미. 33rd Film Independent Spirit Aw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