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 잼있다...
〈프로듀스48〉을 보기 이전에도 AKB48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 인생의 각본가인 쿠도 칸쿠로의 걸작 드라마 〈아마짱〉(2013, NHK)에서 주인공 아키짱이 일본의 도도부현 47곳에서 멤버를 선발한 GMT47의 이와테현 대표로 발탁되는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GMT47의 모델은 AKB48이었다. 전용 소극장에서 매일 공연을 하고 피 터지는 인기투표로 멤버와 센터를 선발하는 구조는 정확히 AKB48이다.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고 예쁘지도 않은 아키는 그냥 '사투리 심한 애' 캐릭터로 그룹에 들어간다. 무대 아래 연습실에서 대타 자리만 노리고 연습을 반복하는, 그림자 같은 후순위 멤버임에도,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연습을 한다. 안타깝게도 실력은 늘지 않는다..ㅠㅠ 아키는 그냥 원래 끼가 없어..
하지만 아키는 사랑스럽다. 보는 것만으로 미소 짓게 하는 힘. 아키의 사슴 같은 눈, 언제 넘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몸동작, 약간 무식해 보이기까지 하는 해맑음은 드라마 안팎의 세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키의 고향인 바닷가의 해녀 마을 기타산리쿠가 초토화되었을 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잘 하지도 못하는)노래와 춤 공연을 선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아키의 존재는 주변을 밝히고 희망을 준다. 노래 그깟 것 좀 못하면 어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키의 매력..
〈프로듀스48〉의 일본 소녀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키가 상징하는 행복과 기쁨의 메신저 역할이 일본 아이돌의 기능(?)이구나. 노래도 춤도 더럽게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 어설픈 소녀들. 한국의 아이돌 트레이너들로부터 "대체 뭘로 뽑힌 거냐"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도 눈물만 흘리는 아이들. 누군지 이름은 기억 안 나는 한 소녀가 "일본의 아이돌은 팬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는데, 그때 (우리의) 아키짱이 떠올랐다. 아키짱이 맨날 하는 말처럼 まあ、いいか。(뭐, 괜찮잖아. 혹은 뭐, 됐어. 약간 아몰랑.. 느낌도;)
사실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걸그룹 멤버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다만 우리는 거기에 더해 스타로서의 퀄리티를 추가로 요구한다. 노래든, 춤이든, 아니면 엄청난 미모든 뭔가를 갖고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대체 쟤가 어디가 좋은데?"라는 질문을 받으면 눈, 코, 입, 목청, 춤사위, 다리 길이 뭐든 하나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소녀들.
뭐라도 도드라져야 한다는 강박 속에 데뷔를 준비하는 소녀들은 그래서인지 조금 지쳐 보인다. 〈프로듀스48〉3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이 같이 팀을 짜서 무대를 꾸몄는데, 미소를 짓고 윙크를 하는 한국 소녀들 중의 일부는 그런 표정까지도 연습하고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은 소녀는 일본의 야부키 나코였는데, 웃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였다. 웃으려고 웃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나서 웃는 소녀의 아름다움. 쟤가 왜 좋아? 물으면 “그냥!!!”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소녀.
아니나 다를까 방청한 '국민 프로듀서'들의 몰표를 받았다.
처음에는 AKB48처럼 성공한 아이돌이 왜 한국에 와서 테스트를 받고 인기투표에 참여하려는 걸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몇 번 보고 나니, 일본에서 얻어갈 게 훨씬 많아 보인다. 일본의 아이돌이 한국의 시스템으로 성장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도 궁금하고, 또 일본 아이돌의 매력도 한국에 확실히 각인되고.. 그냥 이유 없이, 무조건 좋은, 사랑스런 누군가를 보는 기분도 오랜만이고.
AKB48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는 정말 천재인 것 같다..
AKB48의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심층 해부한 북저널리즘 콘텐츠 《시대를 선점하는 아이돌, AKB48》에 실린 아키모토 야스시의 말이 떠오른다.
"비록 서툴더라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점이 중요하다. ‘AKB가 그렇게 어설플 줄이야’로 충분하다. 중학교 시절의 문화제를 떠올려 보라. 모두 어설픈 밴드에게 ‘와우!’라고 했지 않은가. 열심히 하면서 흘리는 땀을 보고 싶은 거다. 밴드 활동을 하다 싱글을 내면 ‘이야, 이전보다 좋아졌잖아’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AKB다."
(그리고 아키모토 야스시 〈아마짱〉에 나오는 GMT47 프로듀서 '후토마키'와 완전 판박이.....ㅎㅎㅎㅎ 너무 똑같이 패러디함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