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미션 임파서블은 어떤 배우의 브랜드가 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유명 텔레비전 시리즈가 원작인 데다 1편은 감독이 무려 브라이언 드 팔마였다. 우아하게 속이고 예술적으로 싸우는 어둠의 세계 이야기는 너무나 드 팔마의 시그니처. 오우삼이 감독한 2편까지는 톰 크루즈의 영화라기보다 감독의 영화였다.
90년대의 톰 크루즈는 잘생긴 배우 하면 첫손에 꼽히는 아이콘이었다. 탑건이나 야망의 함정, 어퓨굿맨을 거치면서 쌓은 이미지는 이상적인 미국 '청년'. 하얀 이를 드러내는 치약 광고 같은 미소까지도, 미국 졸업 사진 같은 데에서 본 것 같은 느낌..; (어딘가 인위적이고 지나치게 정제된 것 같은 모습이 굉장히 미국스러웠다..)
그런 캐릭터에 야성미나 남성성이 끼어들기는 어렵다. 미션 임파서블 1편 때만 해도,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에단 헌트는 지금의 인간 병기 느낌보다는 전략가에 가까웠다. 카메라 안경, 반으로 접으면 폭탄이 되는 껌 같은 특수 장비가 톰 크루즈의 근육질 몸매보다 더 인상적이었으니까.
2편에서 오우삼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홍콩 스타일 무술에 암벽 등반을 선보였을 때까지는 그저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한 변신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분은 그걸 20년 동안 계속했다;;;
톰 크루즈가 최고의 감독을 수집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구성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를 상징하는 브랜드이자 그의 삶 자체가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스턴트를 직접 다 한다는 건 뉴스거리도 안 된다. 톰 크루즈니까 당연히 그랬겠지, 싶은.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IMF 요원 에단 헌트를 연기하기 위해선 당연히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는 자세가 미션 임파서블을 톰 크루즈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벌써 6편째인데 아직도 새로운 스턴트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초고층 건물에 매달려서 모래 폭풍 견디고, 비행기 외벽에 매달리는 정도면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을 법도 한데. <폴 아웃>에선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활용한 스턴트를 다 본 것 같다. 우사인 볼트급 광속 달리기는 기본, 야마카시 수준의 건물 뚫고 뛰어다니기, 자동차, 오토바이, 보트는 당연하고 헬리콥터 추격전까지 나온다.
이제는 에단 헌트가 곧 톰 크루즈다. 자동 폭파되는 메시지를 받고 동의를 강요당한 미션에 투입되는 사람은 에단 헌트가 아니라 배우 톰 크루즈인 것 같을 정도..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와 에단 헌트라는 캐릭터를 삶의 일부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에 투신하는 사람. 인간의 한계, 연기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 뉴욕타임스가 영화를 호평하면서 톰 크루즈를 '하이퍼 휴먼'이라고 칭한 것을 읽고 너무 적확한 표현이라 물개 박수 치며 감탄했다.
<폴 아웃>에서는 무한히 반복되는 수직선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아래의 이미지를 비롯해서 파리와 런던의 쭉 뻗은 건물들과 다리, 공원의 나무가 만들어 내는 수직선이 톰 크루즈(에단 헌트)를 에워싸는 구도가 수시로 나온다. 미친 듯이 뛰고 있을 때도 오토바이 질주를 할 때도 같은 패턴의 수직 구조물이 반복적으로 휙휙 지나간다. 저 기둥이 무한히 나타나서 길이 안 끝날 것 같은 느낌. 이 개고생에 종지부를 찍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에단 헌트가 매번 받아 드는 자동 폭파 미션 테이프나 톰 크루즈가 이를 악물고 도전하는 극한의 스턴트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운명의 데스티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실컷 정리해 놨더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생기고 또 생기는 그런 일은 톰 크루즈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ㅠㅠ
스턴트에 도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은 톰 크루즈가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교과서 같은 답을 하는데도 가슴이 찡한 건 이 모든 것이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렵거나 걱정되지는 않는다. 에단 헌트가 무슨 짓을 해서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팀메이트들, 언제 어디서든 나를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는 줄리아의 마음은 관객이 톰 크루즈를 생각할 때의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떻게든 해내실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믿고 있고 기다리고 있고 지지하게 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진보하는 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분. 20년 동안 마음 깊이 좋아할 수 있는 세계와 캐릭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존경합니다.(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