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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김 Dec 03. 2018

영화란 무엇인가, 리뷰란 무엇인가.

<부탁 하나만 들어줘>

평생 잊을 수 없을 영화평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해 평을 쓴다는 것은 실존주의적 고민을 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아무도 평을 읽지 않을 것이고, 평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영화를 보는 것, 리뷰하는 것의 쓸쓸함(?)을 이렇게 적확하게 표현한 문장이 있었나 싶다. 다시 찾으려고 했더니 어디 갔는지 도저히 못 찾겠는데... 2008년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 <슈퍼히어로>를 보려고 했다가 이 평을 보고 깔끔하게 안 보기로 결정했던 기억이 난다.


역사에 남을 한줄평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내가 지금 저 평론가와 정확히 같은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시사회에 초청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최고의 코미디 영화 <스파이>의 폴 페이그 감독이 연출하고 코미디 여신 안나 켄드릭과 가십걸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출연했다길래 기본은 할 줄 알고 평일에 시간 내서 간 건데...


일단 스토리는 이렇다. 싱글맘으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유치원 행사에 맨날 빠지는 패션회사 중역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만나 가까워진다. 소심하고 촌스러운 호구 스타일인 스테파니는 대범하고 쿨하고 세련된 에밀리를 동경하면서 에밀리의 아들을 돌봐 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아들을 맡기고 사라진 에밀리.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는 에밀리를 찾아 나선 스테파니는 완벽해 보였던 에밀리의 구린 구석들을 하나둘 발견하면서 실체를 파악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스테파니 역시 착하고 귀여운 동네 엄마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여기에 에밀리 남편 션과의 관계, 스테파니의 남편이 사망한 경위, 에밀리의 과거사, 살인 사건과 불륜, 총격전과 칼부림이 곁들여진다. (하... 도저히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스토리 요약 잘한 나 자신 칭찬해..)


<나를 찾아줘>의 에로틱한 스릴, <서치>의 몰입과 반전을 노린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긴장감을 못 준다. 모든 떡밥에 하나도 신뢰가 안 가는 상황에서 관객은 방황한다. 뭘 믿어야 좋을지 모르겠어!! 혼란과 당혹이 아니라, 대체 저런 짓을 왜 하고 있는 거지?? 의문만 이어진다. 설득력 없는 전개, 막장 드라마에서도 안 쓸 것 같은 뻔하기 짝이 없는 플롯..


하다못해 <프린세스 다이어리> 같은 영화가 주는 안 이쁜 애가 이뻐졌을 때의 경이로움.. 같은 것도 없다. 안나 켄드릭은 끝날 때까지, 전-혀 안 이쁘다.  안나 켄드릭이 모든 작품에서 반복하고 있는 코미디 오버 연기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건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이겨내지 못한 과한 촌스러움..

미모와 매력,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블레이크 라이블리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망작이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옷만 봐도 시간은 그냥 가겠거니 했는데 시간 안 간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너무 너무 과해서 패션도 무슨 코스프레하는 거 같다. 스타일리시하고 하고 잘나가는 패션기업 홍보임원.이 아니라, 몰락한 왕년의 스타 같은 패션...


하지만 배우들만 잘못한 건 아니니... 영화 보는 눈이 없어서 이상한 영화를 필모에 올리게 된 배우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출연한 이유보다 더 궁금한 건, 이 영화를 한국에 들여온 뒤, 홍보 방법으로 시사회를 택한 이유다. 이 영화는 시사를 하면 안 되는 영화다. 예쁜 포스터, 화려한 캐스팅, 블레이크 라이블리 팬덤 등을 이용해서 단 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하려면, 그냥 바로 개봉을 했어야 한다. 소문나기 전에 낚아야 했다.


왜냐하면 이 영화 시사를 본 사람들은 이런 평을 쓸 것이고, 그 평을 읽은 사람들은 영화를 안 볼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터는 이쁨.. 하지만 이런 느낌의 영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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