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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김 May 14. 2018

Let's be lonely together

Avicii 생각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저 유명한 문장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인 동시에 사랑의 깊이, 혹은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영화가 좋으면 두 번 볼 것이다. 더 좋으면 평을 써서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더 좋아하면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음악'으로 바꾸는 순간, 이 문장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영화가 몰입해야 하는 과제 혹은 이벤트라면, 음악은 공기 같은 삶의 일부다. 영화를 보는 2-3시간 동안에 영화는 분명 주인공이지만, 음악을 듣는 2-3시간 동안 음악은 주인공일 수도, 배경일 수도 있다.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데, 주인공이 음악인지 글인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음악만으로도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딱딱하고 가끔은 무용하기까지 한 언어로 음악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독한다는 말인가.(수프얀 스티븐스 말대로 words are futile devices) 내 삶에서 음악은 영화보다 훨씬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영화에 대해서 쓴 적은 있어도 음악에 대해서 쓴 적은 없다. 사실 쓰기 싫었다.;; 음악 얘기를 하고 싶으면 함께 들으면 된다. 함께 공연을 보면 된다. 함께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대해서 기록해 둬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비치의 죽음 때문이다. 아비치의 곡들은 2010년대 들어 발견한 음악 가운데 가장 많이 들었다. 나에게는 같은 날 접한 북한의 핵실험 중단 선언과 아비치의 죽음이 동급의 충격을 주는 일이었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내가 충격은 받았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어쩌면 아비치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병을 깨서 몸을 긋고 과다출혈로 죽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조차도 조금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DM이라는, 힙합과 더불어 요즘 가장 핫하다는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아비치는 어딘가 늘 촌스러웠다. 아비치를 들었을 때, 첫 감상은 '얘 부모님이 음악 되게 좋아하시나 보다'였다. 늘 좋은 음악을 듣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앞선 세대의 음악을 자신의 정서로 체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아마도 요즘 흔히 보는 '쿨함'-대충 넘기고 괜찮은 척하거나 신경 안 쓰는 척하는 것 대신 진지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큰 소리로 외치고 눈물을 쏟아내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디스코, 펑크, 포크, 컨트리 스타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고. 요즘 말대로 하면 투머치인포메이션, 에바;;; 같은 거겠지...


귀에 박히지도 뇌리에 남지도 않을 별 의미 없는 가사를 무슨 주문처럼 힘없이 읊조리는 것이 보통 EDM 목소리라면, 아비치의 보컬들은 애가 끊어질 듯 노래한다.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몸속 깊은 곳에서 끌어낸 것 같은 울림으로 노래한다. 가끔은 무슨 세상 다 산 사람들처럼 초연한 느낌이다.


가사는 더 하다. 조깅할 때 주로 아비치의 곡을 듣는데, 듣고 있다 보면 도를 닦는 것 같은, 수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나와 세계의 관계, 존재의 이유... 나이 먹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무리 그냥 비트에 몸을 맡기려;; 해도, 귀에 콕콕 박히는 보컬이 들으라고, 정확하게 다 들으라고 하는데 피할 도리가 없다...


오늘 아침에 들은 리타 오라 피처링 곡 <Lonely Together>는 제목부터가... 철학이다.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 같이 있고 싶어!!가 아니라, 함께 있다고 외롭지 않은가. 그래도 같이 외로운 게 나을 것 같아. 함께 외로워 하자. 이게 사랑 고백이라니.


I might hate myself tomorrow
But I'm on my way tonight
Let's be lonely together
A little less lonely together


https://youtu.be/vQ3XgMKAgxc



가장 아름다운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 <Wake Me Up>은 가사를 다 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노래들 중 하나다.

이정표도 안 보이는 어두운 길을, 뛰는 심장만 따라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너네는 꿈만 꾸는 어린애라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없어. 이게 꿈이라면 나는 계속 눈 감고 살 거야. 너희가 보기에는 내가 길을 잃은 것 같지, 난 나를 찾고 있었을 뿐이야. 길 잃었다고 생각한 적 없어.


Feeling my way through the darkness
Guided by a beating heart
I can't tell where the journey will end
But I know where to start

They tell me I'm too young to understand
They say I'm caught up in a dream
Well life will pass me by if I don't open up my eyes
Well that's fine by me

So wake me up when it's all over
When I'm wiser and I'm older
All this time I was finding myself
And I didn't know I was lost


https://youtu.be/IcrbM1l_BoI


<Stories> 앨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Talk To Myself>는 아비치의 속마음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 듣고 있으면 멍해지는 곡이다. 어차피 사는 건 혼자고, 아무에게도 못할 말은 늘 있고, 나에게만 말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일찍 깨달은 예민한 청년의 이야기..


Alone, I'm searching for devotion, in the faded melody
My soul is trying to cross an ocean, down on bended knee
Lock up my condense and rhyme, don't know what I'm trying to say
(My heart) all the time was stolen, by bad poetry
Some nights I talk to myself, I said the words that I could say to no one else
And some nights I talk in my sleep, I said the words I never said when you were with me


https://youtu.be/kfntpNM1-dM


아비치의 음악은 나에게는 철학이었다.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들었고, 외워서 부르면서 들었다. 어쩌면 내가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말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 너무 진지해서 분위기 망칠 것 같아서, 비웃음 당할 것 같아서 못했던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 아비치에 대해서는, 써야 할 것 같았고, 쓰고 싶었다.


고마운 아비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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