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래 희망은 스파이더맨이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보고 왔다.

by 하나김

스파이더맨은 독특한 영웅이다. 우선 히어로의 계보에서 보기 드문 청소년이다. 게다가 가면을 벗었을 때는 평범하다 못해 지질하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부자에 매력남도 아니고, 헐크처럼 고학력 전문직 연구자도 아니다. 슈퍼맨은 외계인이니 비교할 것도 없고.. 범인들의 경배 대상인 히어로와는 달리,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우리들의 안에도 타인을 구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캐릭터다.


그런 스파이더맨의 본질을 가장 잘 구현한 영화가 나왔다. 애니메이션 버전인 <스파이더맨 : 더 유니버스>다. 경찰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를 둔 마일스 모랄레스는 집에서 떨어진 명문 기숙학교에 진학한다. 이민자(로 추정되는) 부모님은 똑똑한 마일스를 인재로 키우고 싶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마일스는 답답한 학교가 싫고,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어느 날, 지하철 철로 안에 잠입해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다 변종 독거미에 물려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다.


주인공의 라틴계 성씨, 검은 피부와 곱슬머리 같은 외모만으로도 이 영화는 전복적이다. 백인 스파이더맨을 보고 자란 전 세계의 팬들에게 스파이더맨의 핵심은 인종이나 피부색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파이더맨이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명인데, 금발의 발레리나, 일본 여중생, 누아르 영화의 외로운 총잡이, 돼지;;까지 자기가 스파이더맨이라고 나타난다. 원조 스파이더맨은 중년의 배 나온 아저씨가 됐지만, 여전히 영웅이다. 성별도, 국적도, 나이도, 패션 취향도, 심지어 종도 상관없다. 특별한 힘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쓴다면 우리 모두는 스파이더맨!! (또르륵..)


팀 스파이더맨


다양한 캐릭터들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애니메이션의 역사이기도 하다. 카툰의 동물 캐릭터인 돼지 스파이더맨, 재패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교복 입은 여학생이 조종하는 귀여운 스파이더 로봇, 프랭크 밀러 작품에 나올 것 같은 중절모+바바리 차림의 흑백 스파이더맨, 픽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날렵하고 세련된 외모의 그웬 스테이시까지. 모두가 애니메이션 역사의 영웅들이다.


각기 다른 그림체가 섞여 있는데도 모든 장면이 조화롭고 안정적이다. 대사가 만화책처럼 화면에 글씨로 나오는가 하면, 차원 이동 장면에서는 환상적인 비디오 아트가 펼쳐진다. 그 와중에 뉴욕 시내의 모습은 실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 모든 게 한 작품 안에서 가능하다니.;; 발달한 기술이 적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지를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을 만든 모든 분들은 또 다른 영웅입니다..


아름다운 뉴욕,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아름답네.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대표하는 샘 레이미 감독의 명작 <스파이더맨>을 훌륭하게 계승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영웅은 평범한 이웃들 중에 있다'는 앞선 작품의 메시지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확장, 진화시켰다. 남자도, 여자도, 백인도, 흑인도, 아시안도, 중년도, 청소년도, 아기도, 동물도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가슴 뛰는 메시지인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거의 모든 캐릭터가 백인 남자였다. 동경하고 좋아하는데 난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이 주는 상실감을 잘 안다. 관객으로, 팬으로, 제삼자로만 남아 있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이 영화를 어린이, 청소년들이 모두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소녀들도 스파이더맨을 꿈꿀 수 있다. 키가 작아도, 피부가 검어도 상관없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자란 아이들이 만드는 세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주요 대사가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지도 몰라요.)



미래에서 온 중년의 피터 파커와 새 시대의 스파이더맨 마일스의 대화는 미래 세대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일스: "전 언제 준비되는 거예요?(When will I know I'm ready?)"

피터: "준비는 없어. 무조건 믿는 거야. 그게 전부야. (You won't. It's a leap of faith. That's all it is, Miles. A leap of faith.)"


스파이더맨(들)은 말한다. 자신을 믿고 몸을 던지면 상상하지 못했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여러 번 망설이다가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마일스.

영화의 마지막은 돌아가신 원작자 스탠 리의 명언이 장식했다. 지구를 구하고 가족과 화해한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마천루 사이로 사라지면, 까만 화면에 이런 문장이 뜬다.


"That person who helps others simply because it should or must be done, and because it is the right thing to do, is indeed without a doubt, a real superhero."


웬일인지 눈물이 났다.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videoplayer/vi4142381593?ref_=vp_pl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