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방법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벤처 기업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당연히 전례 없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에 대한 정답도, 매뉴얼도 없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 가야 한다. 효율적인 책상의 배치나 사무실 위생 관리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업무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일까지 모두 구성원의 몫이다. 수시로 아이디어를 내고 수시로 까이고, 생각나는 즉시 얘기하고, 합의된 즉시 시행한다.
기성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해왔던 나로서는 이런 부분이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1년 정도 경험을 하고 난 후에는 나름대로 방향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리체어스에서 시도하고 있는 업무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들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에서 나왔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워서 일에 적용하고 있다. 일과 배움의 뫼비우스의 띠... 북저널리즘 시리즈로 출간된 책들을 기획, 편집하는 과정에서 족히 100번은 읽었을 콘텐츠들에서 마음을 울리는, 매력적인,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접하고 바로 시도하기 시작한 것들이다.
1. 빌드업데이 Build up Day Inspired By 북저널리즘 시리즈 <미래의 교육, 올린>
한 달에 한 번, 구성원 모두가 각자 준비해 온 회사 발전 방안 혹은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날이다. 대표부터 수습 에디터까지 콘텐츠 기획자라면, 에디터라면, 우리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PPT로 만들어와서 공유한다. 지금껏 경험해 온 워크숍 가운데 가장 밀도가 높은 워크숍이다. 한 사람 당 1시간 남짓 발표+토론을 하는데, 보통 해 지고 저녁 먹을 시간 될 때까지 쉴 새 없이 대화가 오간다. (신기한 건, 대표님이 발표하셨던 내용보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이 발표한 내용에 충격받고 자극받고 반성하고 눈물지었던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거다....)
<미래의 교육, 올린>을 작업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미국 올린공대의 교육 혁신을 다룬 이 책에서는 올린 공대가 1년에 한 번 여는 '빌드데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교수부터, 교직원, 학생까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학교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곧바로 시행한다.
모든 층위의 구성원들이 모여 각자의 시각에서 제안을 하고 난상토론을 벌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같은 작은 조직에서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목은 빌드데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발랄한(?) 느낌을 주는 차원에서 '업'을 붙여보았다.
2. 밋업데이 Meet up Day Inspired By <미래의 교육, 올린> <슬립 노 모어>
스타트업의 어려움 중 하나가 인재난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와 꼭 맞는, 우리 회사를 사랑할 수 있는 구성원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 우리의 비전과 목표,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에 공감하고, 회사 자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어야 앞으로 닥칠 지금도 닥치고 있는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작한 채용 프로그램이 밋업데이다. 지원자 혹은 회사에 관심 있는 구직자분들께 우리 일터를 공개하는 날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기다리면서 참여하시는 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대화를 나눈다. 소개팅하는 것처럼, 질문을 던져보고 답변을 들어보면서 얘는 이런 사람이구나, 알아보고 다음에 만날지 말지 정하는 거다. 대화 과정에서 참여자도, 우리도 서로의 '케미'를 확인할 수 있다. 구직자도 회사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거니까. 그리고 구직자의 판단은 우리의 미션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는 아주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의 화수분 <미래의 교육, 올린>에서 나왔다. 올린공대의 입학생 선발 프로그램인 캔디딧위켄드는 지원자와 지원자의 가족이 학교를 방문해 교수, 교직원, 재학생과 만나는 행사다. 축제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고,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학교의 교육 방침을 경험해볼 수 있다. 신입생 선발의 기준은 올린 공대의 교육 사명과 철학에 공감하느냐다.
더불어 봄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북저널리즘 신작 <슬립 노 모어, 잠들지 않는(가제)>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 뉴욕에서 장기 공연 중인 영국 펀치드렁크 극단의 혁신적인 공연 '슬립 노 모어'는 건물을 통째로 빌려 가상의 호텔을 만들어 두고, 각 방마다 연기자들이 각자의 퍼포먼스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가면을 써서 공연장 밖의 자기 자신을 지우고 공연의 일부가 되어 공연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들어가고 싶은 방에 들어가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스스로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낸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볼 때마다 다른, 매번 새로운 공연을 관객 스스로가 구성할 수 있다.
밋업데이로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배우가 되고, 참가자 분들이 관객이 되는 셈이다. 참가자 분들이 원하는 대로 만나고 싶은 구성원들을 모두 만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슬립 노 모어의 혁신적인 공연 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설 연휴 지나고 바로 두 번째 밋업데이가 열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게 결론.
참가 신청: http://bit.ly/wannameet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