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의 KBS 퇴사 일기 #15]
KBS 남자 아나운서 최초의 육아휴직
남들은 마치 무슨 타이틀처럼 생각했지만
저에게는 달의 반대편을 발견한 것처럼
낯설면서도 황홀한,
전혀 경험하지 못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은 행복했지만
아이는 너무 어렸고,
당연히 기억을 할 수 없을 테니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사춘기가 된 윤슬이가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반항할 때, 조용히 보여줄 수 있게 말이죠
틈틈이 에세이를 쓰고, 그걸 브런치에도 올렸어요
과분하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그 이야기는 에세이 '라테파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또 다른 기회
윤슬이와 관련된 내용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만을 위한,
윤슬이를 위한 노래
가사의 내용은 에세이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윤슬이의 미소에 대한 얘기였어요
소소하고 담담하게, 우리의 감정을 가사로 담았습니다
먼 훗날 윤슬이가 이 노래를 듣고 기뻐하기를,
지금처럼 솔직하고 예쁜 미소를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사실 시작은 '아침마당'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출연한 아침마당.
프로그램의 주제는 ‘전국 아나운서 베테랑 열전’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
카메라 너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자리
재밌는 얘기도 하면서
자칫 딱딱하고 어렵게만 보일 수 있는 아나운서의
편안하고 따뜻한 모습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진솔한 이야기에 시청자도 많이 공감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자리여서일까요?
방송을 하는 내내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지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더 좋았어요
15년 동안 뉴스와 방송을 진행하며
세상의 소식을 전했지만
정작 제 이야기를 할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요
‘아나운서’ 김한별이 아닌
진짜 ‘김한별’의 이야기를 말이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나운서’ 김한별이 아닌
진짜 ‘김한별’의 이야기
특별한 이상형은 없었다.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기에 ‘그것’도 좋았던 거니까.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웃는 모습이 예뻤으면. 그래야 더 많이 웃게 해주고 싶을 테니까.
웃는 모습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웃게 하는 방법만 생각하다 보니 그녀의 미소를 쏙 닮은 존재가 찾아왔다. 너의 미소를 닮은 아이의 미소. 웃게 해야 할 이유가 두 가지로 늘었다. 행복이 두 배로 늘었다.
처음에는 고민스러웠다. ‘두 사람의 웃음코드가 다를 텐데 한쪽이 서운해하면 어쩌지?’ 기우였다. 아이가 웃으면 그녀도 웃는다. 덩달아 나도 웃는다. 가끔 나도 감당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멈출 수 없다. 아이가 웃고 있으니, 우리가 웃고 있으니. 기꺼이 망가질 수 있다. 두 사람을 웃길 수만 있다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뭐라도 괜찮다.
#아빠_되기_참_쉽지_않다
웃는 모습이 예쁜 윤슬이는 사랑받는 법을 아는 아이다. 웃을 줄 아는 아이다. 언제 웃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 내가 발견한 것만 해도 윤슬이의 웃음 종류는 무려 10가지!(물론 다른 사람 눈에는 같아 보일지라도 내 눈에는 그 차이가 보인다.) 적재적소에 자신만의 무기를 쓸 줄 안다. 사람의 눈을 보고 웃을 줄 안다. 빤히 쳐다보는 그 눈 속에 참으로 깊은 세상이 있다. 보고 또 봐도 참 신기한 아이.
어른이 되고 나니 사람의 눈을 보고 웃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다. 솔직하다는 뜻이다. 때로는 윤슬이의 그 웃음이 부럽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솔직한 웃음. 언젠가 우리도 저렇게 웃었을 텐데. 기억나지 않는다. 저런 웃음은 지어본 적이 없었다는 듯이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부럽다. 그 솔직한 웃음이.
사랑하는 그녀의 미소를 꼭 닮은 지금 너의 그 미소.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솔직하게 표현하고, 아낌없이 나눌 수 있게 꼭 기억했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웃어줬으면. 사랑에, 웃음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됐으면.
#네_웃음은_아빠가_책임질_테니
제 노래의 가사가 되어준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이야기가 노래가 되다니!
그 과정이 너무나 신기하고 짜릿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를 둘러싼 이 우주에는
충분히 특별하고 소중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것이 꼭 남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소소하고 담담하게,
기록하고 남기면 되는 것이죠
우리는 충분히 '뭐'일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이야기를 특별하게 기록한다면 말이죠
방법은 뭐든 좋습니다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사실 이야기의 뿌리는 같지만
그것이 가지를 뻗는 방법과 방향은 여러 가지
지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겠죠
그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찾으면 되겠죠
그렇게 '네가 웃으면'이란 노래는 탄생했고,
저는 2017년 02월 14일 신인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직접 찍었던 영상들로 뮤직비디오도 직접 만들었고
나름 '쇼케이스'에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봤습니다
누가 대박을 기대했나요?
'내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상상하니 현실이 되더라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물론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신인가수,
만년 유망주에 머물러 있지만요
https://youtu.be/v_Lw-e9TxTo?si=nEw-sLSENejtBGvI
(김한별 아나운서가 직접 만든 '네가 웃으면' 뮤직비디오 링크)
요즘 저는 발성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또 다른 꿈이 생겼거든요
바로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는 것!
KBS 아나운서일 때에는
MBC '복면가왕'에 출연할 수 있는 확률은 0이었습니다
KBS는 기본적으로 타 방송국 프로그램의 출연을 제한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물론 지극히 낮을 확률일지라도) 0보다는 높습니다
미리 준비하는 거죠
노를 계속 젓고 있는 중입니다
물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요
<네가 웃으면>
작사: 김한별 / 작곡: 강백수 / 편곡: 강백수, Keyor / 노래 : 김한별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어
나로 인해 그녀가 더 많이 웃게 되길 바랐어
어느 날 정말로 그런 사람이 내 삶에 들어왔어
그녀를 웃게 하는 것 그게 내 삶의 이유가 됐어
아름다운 날들을 켜켜이 쌓아가던 그녀와 내게
선물처럼 날아든 그녀의 예쁜 미솔 꼭 닮은 아이
네가 웃으면 그녀가 웃어
그녀가 웃으면 나도 웃어
가끔은 감당하기 어려운 이 행복이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어
네가 웃으면 난 괜찮아
매일 망가져도 괜찮아
은은히 반짝이는 윤슬 같은 미소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괜찮아
웃는 모습만 열 가지가 넘는 넌 신기한 아이
남들은 몰라도 난 그 의미를 다 알 수 있어
빤히 보는 눈 속에 바다보다 더 깊은 세상이 있어
혹시 나도 언젠간 그런 눈을 갖고 있었을까
네가 웃으면 그녀가 웃어
그녀가 웃으면 나도 웃어
가끔은 감당하기 어려운 이 행복이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어
네가 웃으면 난 괜찮아
매일 망가져도 괜찮아
은은히 반짝이는 윤슬 같은 미소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괜찮아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부디
지금처럼 늘 간직하길
아낌없이 나눌 수 있길
그 미소를
너의 웃음은 그녀의 웃음
나를 비추는 두 개의 태양
가끔은 감당하기 어려운 이 행복이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어
네가 웃으면 난 괜찮아
매일 망가져도 괜찮아
은은히 반짝이는 윤슬 같은 미소를
아빠가 항상 지켜줄게 사랑해
'내가 뭐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뭐'일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이야기를 특별하게 기록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