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의 '아나운서 멘토링' #19]
필기시험 준비 : 작문 ②
(김한별 아나운서의 '아나운서 멘토링')
논술과는 다르게 작문에는 ‘나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논술 시험을 보면서 작문 시험을 따로 보는 것은 논술과는 다른 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언론인으로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문은 논술과는 다른 느낌의 글을 쓰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 편지, 에세이, 소설, 희곡, 시나리오, 대본, 시, 노래 가사 등 형식에서 다양한 훈련을 해볼 수도 있다. 존댓말, 반말, 라임과 운율을 살린 구조, ‘~요, ~죠’ 등의 어미를 이용한 문장 등 작은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다양한 글을 써보고 논제에 어울리는 나만의 글을 만들어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구조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의 독특함이다. 나의 이야기, 즉 나만의 내용이 필요하다. 글 쓰는 것을 노래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때 논술을 작사, 작곡이라고 하면 작문은 편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튼튼하고 좋은 뼈대를 만드는 기초 작업은 작사, 작곡이다. 그래서 코드가 동일하면서 다른 곡들도 나오고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다른 곡들이 나온다. 논술은 비슷한 듯 다른 글들의 경쟁이다. 논술의 경우 주제나 시의성 면에서 많은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비할 수가 있다. 예상 주제를 카테고리를 나눠 논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안이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한다. 그에 맞게 여러 번 글을 쓰면서 그 주제에 맞는 글들을 모아두면 된다. 논제도 예상했던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많이 읽고 많이 준비하고 많이 연습하면 된다.
하지만 작문은 다르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멜로디나 코드가 비슷할 수 있어도 노래의 느낌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바로 편곡의 힘이다. 어떤 진행을 할 것인지 라인을 그리고 악기를 배치하면 같은 코드, 멜로디에서도 전혀 다른 노래가 탄생한다. 편곡자의 개성과 취향이 반영되어 곡의 느낌과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노래의 장르도 작사, 작곡보다는 편곡에서 결정된다. 작문은 그런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 독특함이 드러나야 하는 글. 나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글이다.
구조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의 독특함이다.
나의 이야기, 즉 나만의 내용이 필요하다.
논술과는 달리 예상을 벗어난 주제가 나오기도 하고 황당한 문제가 나와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며 글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작문. 어쩌면 작문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이러한 막연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준비하고 있어도, 글을 쓰고 있어도 ‘이게 나올까? 이게 맞을까?’ 라는 부분이 가장 힘든 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언론고시가 막연함과의 싸움이기에 위안을 삼으며 글을 쓰고 있지만 다시 생각해도 작문은 준비하기 쉽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나의 이야기라고 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변잡기적인 ‘나만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일기장에나 쓰여 있을 나만의 이야기를 나의 개성과 독특함이라 포장하면 안 된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이야기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되 하고 싶은 메시지에는 남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작문은 '대학교 시험 답안지'를 쓰는 시험이 아니다.
지망생들의 작문 글 중 유독 '대학교 시험 답안지' 같은 글이 많다. 대학 시험에서도 ‘~대해 논하시오’라는 주제가 나오니까. 수업시간에 나왔던 핵심 주제에 맞는 인용문과 자료를 제시하고 뒤에는 현재의 사회 현상을 주제에 맞게 다뤄주고 문제를 던진다. 현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마무리한다. 전형적인 답안 구조이다. 교수님의 의도대로 잘 답한 답안지라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험생이 쓰는 글은 언론인이 되기 위해 작성하는 시험 답안지이다. 비록 시험 답안지이지만 언론인이 되기 위해 평가받는 시험지라면 ‘교수님의 출제방향’에 맞춘 시험 답안지여서는 안 된다. 물론 주제에 맞는 인용구나 누군가의 주장을 적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본인의 독서량과 이 논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한 흔적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을 주면 곤란하다. 그리고 연도, 수치 등은 반드시 머릿속에서 나와야 한다. 시험장에서 믿을 것은 본인의 기억뿐이므로 무엇보다 정확하고 적절해야만 한다.
지망생의 글이 ‘대학 시험 답안지’ 같았던 이유는 글을 쓰는 스타일과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었지만 더 정확하게는 ‘말하는 내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가족’이라는 논제가 있다고 하자. 가족에 대한 얘기, 혹은 가족에서 출발한 얘기, 가족과 관련된 얘기가 논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이 논제를 제시한 것은 ‘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말이나 인용구를 억지로 끼워 맞춰 글을 쓴다면 그것은 '가족'의 의미를 살린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많은 연습을 한 수험생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본인의 잘 쓴 글을 활용하고 싶은 욕심. 하지만 심사위원은 준비된 글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환영하지만 만들어진 글을 억지로 끼워 맞춘 ‘답안지’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시험장에서의 수험생은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고민해야 한다. 자유롭게 쓰라고 해서 ‘마음대로’ 쓰라는 것은 아니다. 독창성 있는 글을 쓰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쓰라는 것이 아니다. 출제자가 문제를 출제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평범한 글은 평범한 점수로 연결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적어도 10% 안에 들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심사위원의 생각을 뛰어넘는 엄청난 사고의 전환이 아니라면 일단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장에서의 수험생은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고민해야 한다.
자유롭게 쓰라고 해서 ‘마음대로’ 쓰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시험장이 아닌 평소에 정리되어 있었어야 한다. 우리가 ‘다독, 다작, 다상’을 좋은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평소에 했던 사회에 대한 고민, 그것이 많은 양의 독서와 글쓰기 연습으로 이어질 때 사고의 깊이가 생긴다. 시험장에서의 작문 작성은 그 깊이를 글로 옮겨놓는 것에 불과하다. 고민도 준비도 정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리한 고민의 깊이, 이런 자유로운 유형에서 오히려 내 글의 ‘방향’을 잡아준다.
작문을 쓸 때 누군가의 상황이나 감정에 이입해서 풀어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특히 언론인이라면 내가 아닌 제삼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훈련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그 능력은 꼭 글쓰기뿐만 아니라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도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