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의 '아나운서 멘토링' #22]
낭독의 힘 : 내레이션
(KBS 김한별 아나운서의 '아나운서 멘토링')
아나운서가 물론 말을 하는 직업이지만 많은 역할을 하는 스태프와 협업을 통해서 방송이 만들어지는 만큼 큰 흐름에서의 약속이 필요하다. 그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원고다. 원고에 맞춰서 경직된 방송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서로 어떻게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원고인 것이다. 뉴스처럼 조사나 어미 하나까지도 신경 써서 소화해야 하는 원고도 있고, 교양이나 예능처럼 조금은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원고도 있다. 이처럼 아나운서는 원고를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방송의 성격이나 흐름, 그 방송에서의 역할에 따라 같은 원고여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생동감 넘치게, 또 때로는 차분하게 톤이나 호흡, 감정, 속도, 강조 등 수많은 요소들을 활용해서 원고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낭독은 단순히 글자를 잘 읽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대로 녹여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낭독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아나운서 시험에서 원고를 가지고 그 사람의 진행 능력을 평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낭독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준비를 해왔고, 현재 어떻게 방송을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방송을 소화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낭독에도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말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하고, 원고의 분위기와 방송의 성격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한 문장을 한 호흡으로 읽는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 한 문장 안에서 주어, 동사의 위치에 맞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내용을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 물 흐르듯 담백하게 읽으면서 조사에 필요 없는 힘을 주지 않고 흐름에 맡게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낭독이 있지만 크게 뉴스와 내레이션의 차이로 낭독의 의미와 방법을 짚어보자.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 내레이션
아나운서가 소화하는 원고나 방송의 종류는 참 여러 가지다. 스포츠 중계처럼 원고 없이, 자료와 상황을 가지고 순간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방송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뉴스와 함께 내레이션을 골라봤다. 성격은 다르지만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의 낭독이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들은 흔히 내레이션을 ‘글을 말로 세운다.’ 라고 표현하곤 한다. 낭독을 넘어 말하듯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드러나지 않는 장면을, 때로는 화면이 없어서 목소리로만 그 상황을 묘사해야 할 때 활용되는 것이 내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내레이션을 통해서는 감정을 전달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이나 상황, 내용 전달에 감정을 이입해서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내레이션이다. 뉴스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면서 감정을 다소 절제해야 한다면 내레이션은 비로소 그 의무감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다.
아나운서들은 흔히 내레이션을 ‘글을 말로 세운다.’ 라고 표현하곤 한다.
내레이션에는 항상 어떠한 상황이 주어진다. 화면이 있어서 그 화면서 목소리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레이션 하는 목소리 위로 상황에 맞는 음악이 깔리기도 한다. 상황을 상상해야 한다. 화면에서 말하지 않는 그 이상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등장인물이나 상황의 감정선을 이어가면서 가장 편한 톤과 흐름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일종의 연기일 수도 있다. 정보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몰입과 감정 이입이 필요하다. 내 목소리가 너무 두드러져도 좋지 않다. 내레이션을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그 장면, 그 방송의 일부일 분이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가장 좋은 내레이션이다.
가끔 내레이션을 하면서 쑥스러워하는 지망생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장면과 상황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 한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는 그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배경임을 생각하고 집중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무기는 목소리뿐이기 때문에 내가 쑥스러워하거나 흔들리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나에게 가진 유일한 무기를 버리고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다. 카메라 테스트나 아나운서 시험에서 가끔 내레이션을 평가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보기 위함이다. 얼마나 그 장면과 상황을 순간적으로 잘 이해하는지, 얼마나 잘 몰입하는지, 얼마나 잘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내 목소리로 그 장면은, 감정을 듣는 사람에게 그릴 수 있게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낭독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준비를 해왔고,
현재 어떻게 방송을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방송을 소화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