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 육아 휴직 일기 #5]
2016년 12월 30일.
우리는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하게 됐다.
평일에는 내가 옆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늘 걱정이 됐다.
아내의 예정일은 1월 9일이었지만 언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였다.
방송 중에도 항상 휴대폰을 곁에 두고 추이를 살폈다.
처가 옆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사 결정.
마치 인연처럼 찾아온 우리 마음에 쏙 드는 집.
"여보는 절대 움직이지 마!"
혹시나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이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혹시라도 봄이가 빨리 나올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고맙게도 아내와 봄이는 잘 버텨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이사를 마치고,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봄이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봄이는 2017년에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봄이에게 '1월 초 생일'을 선물하고 싶었다.
'빠른 생일'이 없어진 상황에서 1월 생과 12월 생은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나름대로 치밀하게 작전(?)을 짰고,
그 작전은 성공(?)했다.
(덕분에 봄이의 태명은 '한방이'가 될 뻔했다.)
2017년 1월 1일 저녁.
느낌이 이상했다.
조금씩 배가 아프다는 아내.
하지만 병원에 갈 정도의 진통까지는 아니었다고 했다.
결정을 해야 했다.
아침 뉴스를 하는 나는 새벽에 방송을 해야 했다.
아내가 병원에 간다면 미리 얘기를 해야 했다.
방송을 펑크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아내의 괜찮다는 말을 믿고 방송을 준비했다.
내가 경험한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아내의 느낌을 믿었다.
새벽에 봄이가 나오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봄이는 새벽에 신호를 보내왔다.
그 시간 나는 새벽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새벽에 봄이가 나오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봄이는 새벽에 신호를 보내왔다.
아내는 평소에도 아픈 걸 잘 참는 성격이었다.
봄이는 충분히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아내는 새벽에 병원에 갔고,
나는 봄이가 조금만 기다려주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매형 누나 분만실 들어갔어요."
처남의 전화.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용산역 도착은 7시 25분.
병원은 홍대.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처남이 차로 데리러 온다는 것도 말렸다.
출근시간에 차로 움직이는 것은 더 위험했다.
출입문 위치까지 확인하면서 지하철로 이동했다.
환승할 때도, 홍대입구역에서 병원을 향할 때에도 전력질주했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였지만
살면서 그렇게 간절하게 달려본 건 처음이었다.
'봄이 탄생의 순간만큼은 꼭 옆에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 순간에 아내 옆에 없으면 '원망이 평생 간다'는 선배들의 얘기도 한 몫 했다.
그만큼 난 절실했다.
7시 40분.
병원에 도착했다.
울먹이는 얼굴로 맞아주시는 장모님께 짐을 맡기고 분만실로 향했다.
아내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남편은
그저 '잘하고 있다'며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리고 제발 아내와 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였지만
살면서 그렇게 간절하게 달려본 건 처음이었다.
'봄이 탄생의 순간만큼은 꼭 옆에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축하합니다.'
오전 8시 1분. 봄이가 태어났다.
정신없이 병원에 들어와서
힘들어하는 아내 옆에 있었던 시간은 단 25분.
25분 만에 나는 아빠가 되었다.
물론 아내가 병원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쯤이었지만.
다들 입을 모아 얘기했다.
'봄이가 아빠를 기다린 것 같다'라고.
눈물이 났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물이 없는 나였지만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태어나서 결코 느껴보지 못한 감동.
세상에서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었다.
세상의 복잡한 일들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내
딸
아빠
엄마
가족
그 낯선 무게감이 이제는 내 것이 되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세상.
그 앞에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빠가 되었다.
다들 입을 모아 얘기했다.
'봄이가 아빠를 기다린 것 같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