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자리가 파하고 돌아가는 길, 나는 항상 2차로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샀다. 먹는 건 늘 같았다. 우산을 들고도 먹기 편한 쭈쭈바. 그는 쭈쭈바 꼬다리를 따 입에 넣으면서 팔자걸음으로 골목길을 걸었다.
“내가 또 똑같은 말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문석 씨, 있잖아요. 난 늘 내가 이 꼬다리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거든?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20년 다녔으면 뭐 해. 남들은 돈도 많이 벌고 결혼생활도 창창하니 성공했다, 부족한 게 없겠다 했지만 난 늘 맨 끝 번호 같은 기분이었다구. 늘 초라한 날 사람들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했었다구.”
나는 내 손안의 꼬다리를 바라보며 보폭을 맞췄다.
“지치고 지쳐서 회사 그만두고 운전학원 강사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이제 고꾸라졌다고 그러대? 처음엔 그런가 했어. 아내도 딸도 날 보는 눈빛이 시원찮고 나도 내가 영 별로 같더라고. 근데, 막상 내려놓고 보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더라 이 말이야. 남들이 어떻게 보든 꼬다리 같은 나를 받아들이고 보니 뭐 그리 후지지 않았더라고. 남들이 아닌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보냐에 달린 거였더라 이거지.”
그는 돌연 옆으로 붙더니 팔꿈치로 내 어깨를 장난스레 쳤다. 순간적으로 눅눅한 습기가 스치고 두 우산이 빗방울을 떨어뜨리며 잘게 흔들렸다.
“그래서 이 이벤트도 계속하시는 거라고 하셨고요.”
나는 꼬다리를 쭉 다 빨곤 손목에 달랑달랑 걸어 둔 비닐봉지에 그것을 넣었다.
“그렇지. 계속 떨어져도 계속 갈 수 있다는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변 감독님은 가만 보면 괴짜 같아요.“
그는 불콰한 얼굴로 쭈쭈바를 먹었다. 비는 계속 왔지만 더 이상 그 사실이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만남은 일시적이고 서로의 모든 것을 알진 않지만 난 몇 번이고 나와 연결된 사람보다 완전한 타인인 그의 말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는 성공과 실패가 모두 내 속에 있다는 걸 알려 준 사람이었다. 지하철역 앞에서 그는 다음 주 금요일 저녁 시간에는 제발 보지 말자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말없이 그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옷차림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루 종일 빗속에 있었더니 천장에서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술이 점점 깨어 갔다. 사소한 생각 찌꺼기들이 걷히고 또렷한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서 피어올랐다. 이제 사소한 성공은 필요 없다. 난 몇 번이고 더 떨어질 수 있다. 난 여전히 실패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멘. 진실로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