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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Aug 13. 2024

누군가의 비밀을 지키지 않았던 적

20240116 네 번째 글쓰기

이 주제를 보고 생각 나는 사건이 있는데, 예전 회사에서 팀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 규모도 작고, 연봉도 높지 않은 편이라 사람 뽑기가 너무 힘들었고, 보다 못한 임원분께서 아는 사람이 있다며, 관련 업무 경험은 없는데 한 번 만나보지 않겠냐고 소개해 주셔서 티미팅을 하고, 채용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업무 태도도 좋고, 일도 잘하셔서 호흡도 잘 맞았고, 회사 생활에 활기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오신 분께서 이곳 말고 다른 곳도 제안받은 곳이 있어서 사실 고민 중이고,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이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을 주셨다. 나는 좀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분의 행복을 응원한다고 말씀드렸고, 한편으로는 다시 채용할 생각을 하니 좀 막막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 이후 대표님과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분 적응 이야기가 나왔고, 잘하고 계신데, 좀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고, 그분이 다른 데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신경이 좀 쓰인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 대표님께서도 우선 알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날 저녁에 대표님이 그분을 불러서 바로 이직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신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새로운 분은 마음이 많이 상하셨고, 업무 관계도 서먹해졌고, 따로 상황을 말씀드리고 사과도 드렸지만, 그 분과 관계를 더 이어 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내가 그때 대표님께 말씀을 안 드렸다면, 대표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면, 그분이 확실해지시기 전에 이직 이야기를 안 하셨다면.. 오래된 일인데 지금도 생생하게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분이 확실하게 이야기할 때까지 내가 좀 더 기다려야 했을까, 나의 조급함과 어리석음이었을까, 그분이 부쩍 생각 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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