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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Aug 27. 2024

운세를 믿으시나요?

20240130 여섯 번째 글쓰기

전 회사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워하고 있을 때,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던 부장님께서 임원들도 가는 점집이 있다고 한 번 가보지 않겠냐고 권하셔서 사주를 보러 갔던 적이 있다.


그전에도 타로나 길을 가다가 친구들과 재미 삼아 사주를 본 적은 있어서 딱히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믿고 의지하던 부장님 추천이라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었다.


아담한 오피스텔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내 생년월일을 물으시고, 이리저리 뭐를 적으시더니, 뭐가 고민이어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잘 적응을 못해서, 그만두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지금 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은데, 좀 더 적성은 이해관계가 없는 관중과 선수들을 이어주는 스포츠 마케팅 같은 일이 잘 맞다고 하셨다. 유학을 가도 괜찮으니, 그만두고 유학 가는 것도 권하셨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준비하고 가야 하지 않겠냐 여쭤봤는데, 나 같은 타입은 가서 부닥치며 하는 게 좋다고, 몇 월까지 못 나가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니 흔들리지 말고 나가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셨다.


유학도 계속 고민은 하고 있었고, 마케팅 공부도 하고 싶으니 나가 볼까 싶었는데, 여러 사유로 나가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살고 있다.


그 이후에도 주변에서 용하다는 곳들을 알려줘서 몇 군데 더 갔었는데, 이런데 올 팔자가 아니다, 누가 뭐 시키면 네 알겠습니다만 해도 승승 장구 할 거다, 외국 가도 괜찮다. 죽기 전까지 일할 팔자니 받아들이고 회사 생활 해라, 취미를 찾아라.. 이런 조언들만 듣다가, 개인 상담으로 선회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던 것 같다.


운세를 믿냐고 물어본다면, 어느 정도 빅데이터는 있다고, 참고할 만은 하지 않을까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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