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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Aug 23. 2023

개연성 있는 액션 영화들

영화 큐레이션하지 - 열아홉 번째 영화들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열아홉 번째 영화들


  액션영화야 말로 극장에서 보기 좋은 장르다.

  빵빵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으로 액션영화를 감상하면, 그 타격감이나 생생함이 피부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액션영화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액션영화 특유의 개연성 없는 스토리이다.

  액션을 위한 액션, 보여주기만을 위한 씬으로 가득 찬 액션영화를 보고 있자면 정말 시간낭비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준비해 본 오늘의 큐레이션은 '액션영화가 주는 통쾌함과 대리만족'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스토리의 개연성'까지 제대로 갖춘 영화들을 골라 가져와봤다.

  부디 액션영화를 보면서도 스토리에 푹 빠져서 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첫 번째 영화,

더그 라이만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

메인 예고편 (02:13) https://youtu.be/PGKK5wACwrU

이탈리아 어부들이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등에 두 발의 총상을 입은 채 표류하고 있는 한 남자를 구하게 된다. 그는 의식을 찾게 되지만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른다.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단서는 등에 입은 총상과 살 속에 숨겨져 있던 스위스 은행의 계좌번호뿐... 자신의 존재를 찾아 스위스로 향한 그는 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자신의 소지품을 살펴본다. 그는 자신이 파리에서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음을 알게 되지만, 여러 개의 가명으로 만들어진 여권을 보고 자신의 실명과 국적 또는 정체성을 잃게 된다. 그는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과거를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수수께끼 같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음모와 가공할 위협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는데.

  나의 장르별 인생영화 중에 액션 장르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에게 액션은 모름지기 '본' 뿐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액션영화의 캐릭터들 중에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이입이 잘되고 또 본이 주로 쓰는 액션의 형식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좋아한다.


  '본' 시리즈의 서사는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이렇게 3개의 작품이 정통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아이덴티티의 서사가 가장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날 것이기 때문에 팔팔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보면 나도 함께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맷 데이먼의 무해해 보이는 표정과 전혀 무해할 리 없는 그의 액션이 오묘한 합을 이뤄내는 이 영화를 모두가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두 번째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메인 예고편 (02:06) https://youtu.be/s5Mgd3q3NP4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유대인 출신의 미군 알도 레인 중위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강렬한 신념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든다. 각각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조직원들을 모은 알도 레인은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위장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피의 복수극을 시작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답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거침없이 시원하다.

  이 영화는 1장부터 5장까지의 막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구성을 띄고 있다. 각 장마다 펼쳐지는 확실한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고, 가면 갈수록 그 캐릭터들이 서서히 한 곳으로 모여드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만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 조금 많이 잔인하니 조금 유의하고 보면 좋겠다.

  하지만 나치를 다룬 영화답게 그 정당성을 여기저기에 심어둔 점이 그의 액션의 잔인성을 조금 눈감게 하는 것 같다.


  목표를 향해 쾌속질주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덩달아 속이 다 시원하다.





세 번째 영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메인 예고편 (01:20) https://youtu.be/kL_C32SPDB8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책임자 맷,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위험한 이곳에서 이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조금 무겁다. 하지만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과 그 무게감은 오늘 큐레이션으로 들고 온 어떤 영화들보다 가장 강력하다.


  이 영화는 액션과 액션 사이에 주인공의 긴장감과 딜레마를 잘 담아내서 우리를 잔잔히 끌고 간다.

  긴장감으로 가득 채운 공백과 그 공백을 우습게 찢고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든다.


  좋은 사운드 환경에서 보면 이 영화의 진가를 더욱 잘 알 수 있으니, 부디 조용하고 집중이 잘 되는 공간에서 보길!





네 번째 영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

메인 예고편 (01:01) https://youtu.be/Yw-gACKfSfM

귀신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베이비 드라이버>는 영리한 선택이 돋보이는 영화다.

  액션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실감 나는 사운드를 대중가요와 잘 버무려서 액션의 볼거리를 귀의 즐거움까지 넓게 확장시킨다.


  극 안에서 재생되는 음악이 각종 소음들과 연결되기도 하고 극 밖에 존재하기도 하면서 액션의 완급 조절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음악과 함께 현란하게 운전되는 차를 보면, ‘베이비’가 능숙한 지휘자처럼 느껴진다.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있는 재치까지 즐긴다면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영화,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

메인 예고편 (01:31) https://youtu.be/VnFsZbHfpeE

비싼 가구들로 집 안을 채우지만 삶에 강한 공허함을 느끼는 자동차 리콜 심사관 ‘잭’.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거친 남자 ‘테일러 더든’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싸워봐야 네 자신을 알게 된다”라는 테일러 더든의 말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잭. 두 사람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파이트 클럽’이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하고, 폭력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거대한 집단이 형성된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파이트 클럽’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변질되고, 잭과 테일러 더든 사이의 갈등도 점차 깊어져 가는데…

  <파이트 클럽>은 공감을 일으키며 시작한다.

  누구나 느끼는 권태로움을 해소하고는 싶지만 쉬이 무언갈 시도해 보기조차 귀찮은, 바로 그 상황.

  그때 마침 내가 꿈만 꾸던 일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파이트클럽>은 그 지점에서 출발해 서서히 늪으로 빠져든다.


  이야기 끝에 전달되는 감정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느끼게 해 준다.

  물론 이렇게 폭력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큐레이션 영화를 모으고 보니, 거장 감독들의 영화가 꽤나 수록되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드니 빌뇌브, 데이빗 핀쳐.

  거장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그들이 액션 장르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보여주고 었던 이미지.

  이런 것들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다시' 감상해도 좋을 법한 영화들로 추려보았으니, 혹시나 이 영화들을 이미 관람했더라도 2회차 관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액션영화 특유의 그 타격감이랄까, 대리만족이랄까, 통쾌함이랄까, 나를 만족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더구나 이렇게 개연성까지 잘 갖춘 액션영화라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도 영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충분한 액션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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