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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Aug 11. 2023

나만 알고 싶은 단막극들

영화 큐레이션하지 - 열여덟 번째 추천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열여덟 번째 추천


  단막극은 귀하다. 코로나로 제작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잠시 죽어있던 단막극의 세계가 이제 조금씩 다시 팽창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게 단막극만이 가진, 재기 발랄하고 실험적인 무언가가 있다. 뭐랄까,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한 방이랄까? 단 한순간으로 다른 생각을 들게도,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도 하는 그 매력은 정말 헤어 나올 수가 없는 신선함이다.


  나만 알기에는 어딘가 아깝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단막극만의 매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준비한 이번 큐레이션이 부디 마음에 잘 가닿기를 바란다.





첫 번째 단막극,

구성준 감독의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1화 ]

메인 예고편 (00:38) https://youtu.be/t8HYnRrkrjo

딱밤 한 대로 인해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의 성장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제목이 극의 내용을 너무 잘 담고 있다. 누구나 공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재치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모든 사람을 보는 시선을 다르게 만든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귀하니까.

  연인이기 때문에 눈 감게 됐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내 과거를 돌아보게 만든다.





두 번째 단막극,

최준배 감독의 <하늘재 살인사건>

[ MBC 2013 드라마 페스티벌 9화 ]

메인 예고편 (00:30) https://tv.naver.com/v/104489

1950년대 6·25 전쟁 때 한 여인의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

  서강준의 리즈시절과 파격적인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다.

  나는 <하늘재 살인사건>의 스토리가, 금기를 깨는 그리고 우리 마음 어딘가에 금을 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전개와 문소리, 서강준, 이세영의 호연이 잘 어우러져 완벽한 합을 이룬다.





세 번째 단막극,

황승기 감독의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 KBS 드라마 스페셜 2018 1 ]

메인 예고편 (00:26) https://youtu.be/MbD80hZSsT4

수능 출제 위원으로 합숙소에 입소한 수학교사인 주인공이 과거 자신의 흑역사를 만들었던 2명의 남자와 엮이게 되는 속세단절 로코 드라마

  단막극의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언제 수능 출제위원의 찰나를 엿볼 수 있겠나.

  이런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단막극의 서사가 잘 어울린다.


  끊임없이 휘말려가는 사건의 전개 속에 나도 얹혀 따라가다 보면 간접경험을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단막극,

박현석 감독의 <개인주의자 지영씨>

[ KBS 2부작 ]

메인 예고편 (00:31) https://youtu.be/-U1LJ7spb60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완벽한 개인주의자로 살던 여자가 타인과의 관계없이 못 사는 의존적인 남자를 만나 서로를 치유하고 기울어진 삶을 바로잡게 되는 코믹 로맨스 심리 드라마

  세상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개인주의자 지영씨>의 두 주인공은 진짜 내 주위에서 볼법한 사람들의 극단을 보여준다.

  서로 정반대인 두 사람이 만나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랑스럽게 또 따듯하게 풀어내는 이 드라마는 단막극이 아니라 2부작! 이지만, 애정하는 마음에 몰래 끼워 넣어봤으니 한 시간만 더 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명이 진짜 너무 댕댕이스러워서 사람이 저래도 되나 싶게 사랑스럽다.





다섯 번째 단막극,

조남형 감독의 <대리인간>

[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9화 ]

메인 예고편 (00:31) https://youtu.be/jXyxX0_wqkc

타인의 감정을 대신하는 대리 인간이 된 한 여자가 자신을 고용한 의뢰인의 삶을 살기로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심리극

  빈부격차가 더욱 해지면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작가는 우리가 뜬구름으로 상상만 했던 일들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리에게 그 민낯을 상세히 보여준다.


  섬뜩하고도 날이 서있는 <대리인간>의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 보면 인간의 깊은 곳을 잠깐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단막극,

이현석 감독의 <집우집주>

[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1 ]

메인 예고편 (00:52) https://youtu.be/Y3aHVM9Cems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 '집'의 의미를 고찰해 본 현실 로코 드라마

  바로 이입하게 되는 현실의 이야기다.

  "이 넓은 땅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 하나가 없다니! 이게 나라냐!"

  괜히 하늘을 향해 외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또 그런 순간을 나만 겪은 것이 아닐 것이다.


  <집우집주>는 '내 집, 내가 살고 있는 집, 내 돈으로 산 집' 어떤 게 진짜 집이고 집의 진짜 의미는 뭘까, 함께 곱씹게 만든다.





일곱 번째 단막극,

이민수 감독의 <낯선 계절에 만나>

[ KBS 드라마 스페셜 2022 5 ]

메인 예고편 (00:35) https://youtu.be/94Ia1QJx0x0?si=1Ntm70Qnxsqhl00R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격리병동 로맨스

  바야흐로 코로나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두가 코로나를 앓고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낯선 계절에 만나>는 코로나의 한가운데였던 어떤 날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코로나를 이유로 실직당하고 코로나로 관계와 취미를 잃고 감정마저 통제당한 것 같은 어떤 순간들을 잘 포착해서 보여주는 드라마 속 모습들이, 이제는 코로나가 정말 과거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단막극의 매력은 '짧다', '한 편이 끝이다', '새로운 배우와 작가, 감독을 만날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등 정말 다양하다.


  오늘의 큐레이션에 소개된 작품들 만으로는 그 매력을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큐레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단막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런 단막극들이 매해 열심히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 단막극들을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공중파 단막극은 웨이브와 왓챠에서 찾아볼 수 있고, tvN의 경우에는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하늘재 살인사건>의 경우, 웨이브 검색창에 'MBC 2013 드라마 페스티벌'을 검색하고, 9화를 눌러서 감상하면 된다.


  무려 7편이나 준비해본 오늘의 큐레이션 속 작품들이 부디 많은 사람들이 단막극의 재미를 깨닫 되는 경험을 선사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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