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지 Aug 09. 2023

여름이 가득 담긴 드라마들

영화 큐레이션하지 - 열일곱 번째 추천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열일곱 번째 추천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매일 푹푹 찌고 온열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바로 지금에도 나는 4계절 중에 여름이 가장 좋다.

  여름의 온도와 습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만이 보여주는 계절의 색감과 여름에만 솟아오르는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을 사랑한다.


  요즘처럼 이렇게 매미소리가 귀를 후벼 파고 습기가 손바닥에 잡히는 것 같은 날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 밀린 드라마나 정주행 하는 것이 여름에 대한 예의이다.

  한여름의 바깥은 너무 위험하고 또 버거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준비한 오늘의 여름 드라마 큐레이션이, 이 무더위를 이기는 작은 보호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드라마,

김규태 감독의 <괜찮아, 사랑이야>

메인 예고편 (00:34) https://youtu.be/DeovTrB9t28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

  <괜찮아, 사랑이야>는 오히려 지금 나왔다면 더 큰 위로와 공감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아픔이, 지금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봐도 세련되고 공감 가는 이야기와 영상미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다.


  또, 화면 가득 찬 조인성과 공효진의 얼굴, 그리고 여름이 낭낭한 화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청량해진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애정하는 드라마라서 벌써부터 누군가의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 슬프지만, 각자의 취향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있으니까, 존중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고 따듯한 위로를 얻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드라마,

김윤진, 이단 감독의 <그 해 우리는>

메인 예고편 (00:36) https://youtu.be/Ra0y1PjUe-Y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

  이 작가님, 여름 덕후인 것이 분명하다.

  정말 여름으로 대표되는 장면들과 소품들, 상징들이 많은 <그 해 우리는>은 잘 어울리는 OST와 함께 여름을 화면에 잘 담아내고 있다.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이 찍는 리얼 다큐멘터리라는 컨셉을 십 분 활용하고 또 로맨스적으로 잘 이용하면서도, 극 안에서의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들의 연애를 들어내지 않으려 잘 계산해 놓은 그 면모들이 가히 변태 같다고 할 만큼 치밀하다.

  또 덕심을 불러일으키는 연민의 서사들. 진짜 개미지옥 같은 말랑 몰랑한 드라마니 꼭 이 여름에 챙겨봤으면 좋겠다.





세 번째 드라마,

이정효, 장영우 감독의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메인 예고편 (08:54) https://youtu.be/j2VdsoVkNbE

33살 동갑내기 세 여자의 사랑과 결혼, 일과 우정 등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드라마 제목 옆에 붙은 2012라는 숫자답게 이 드라마는 2012년에 나온 드라마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무색하게 발칙한 이야기와 채도 높은 색감으로 온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정유미가 왜 정블리가 되었는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이진욱의 깊은 눈은 어떤 감정을 담아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요동치는 감정과 관계들 속에서 나도 함께 두근대고 괜히 밀당해보고 싶고 괜히 심술부리고 싶어지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일단, 보기가 너무 흐뭇하다.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한여름 속에 어린 정유미와 이진욱이란 정말..





네 번째 드라마,

이태곤, 김상호 감독의 <청춘시대>

메인 예고편 (01:01) https://youtu.be/QtWTzImcFaY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 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 동거드라마

  청춘이 청춘 스스로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 또한 그랬다. 지금도 청춘이지만 말 그대로 푸른 봄이었을 때는 내가 푸른 봄 안에 있는지 몰랐었다.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모든 것이 다 처음이고 서투니까, 새로운 세계가 두렵고 무서우니까.

  그래서 제대로 청춘을 음미하지 못했다.


  내가 음미하지 못했던 청춘을 다시 곱씹고 대리공감, 대리수치, 대리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여기 있다.

  <청춘시대>는 티저가 나오는 순간부터 엄청 기대를 하고 봤지만, 그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킨 몇 없는 드라마다.

 여름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모습, 그 속 어딘가에 우리 모두가 있다.





다섯 번째 드라마,

정지현 감독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메인 예고편 (01:04) https://youtu.be/cKA6QmUbVhg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로맨스

  대놓고 여름의 진수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98년의 여름과 청춘의 싱그러움, 각자가 가야 하는 길에 대한 열정. 이 모든 게 한데 뒤섞여서 온전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 시대가 가진 어떤 절망과 끈기 그리고 그 시대 만의 감성과 방식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단연 압권은 김태리의 연기이다. 진짜 고등학생의 날 것 같은 감정의 날뜀을 너무도 생생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해 낸 것이 이 드라마의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남주혁의 단단한 서브와 고유림(보나)의 올곧음, 그리고 친구들과의 추억까지. 이 드라마에 가득한 그 시절의 청춘 그리고 그 시절의 여름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소개를 해놓고 보니 여름 드라마를 모은 줄 알았는데, 청춘의 드라마를 모아 놓은 기분이다.

  역시 여름과 청춘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이리도 합이 좋을 수가 없다.

  여름의 푸릇푸릇함과 청춘의 싱그러움, 그 상관관계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웨이브 드라마 큐레이션에서 소개했던 SBS <치얼업>(https://brunch.co.kr/@kimhaji/71)과 여름 공포 드라마의 명맥을 잊는 <주군의 태양(2013)>, <오 나의 귀신님(2015)>, <호텔 델루나(2019)>까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널렸으니 취향껏 골라 잡솨보면서 이 덥고 습한 여름을 잘 이겨 나갔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