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안 해본 일’이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1월의 안 해본 일은‘출판사에 에세이 투고하기’였다. 참 새해다운 결심이다.
사실 ‘한 달에 한번 안 해본 일하기’를 결심한 날짜가 1월 말경이라서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내가 나와 한 약속이기 때문에 날짜를 며칠 넘기는 것쯤은 아무렇지않다. 너무 빈틈없이 나를 쪼면, 이 프로젝트 역시 일처럼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에게 여유를 주기로 했다.
김얀 작가님의 트위터를 보고 ‘위즈덤 하우스’의 여성작가 공저 에세이 시리즈 <키키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말 그대로 두 명의 여성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글을 나눠 써서 만든 에세이 시리즈다. 아직도 김얀 작가님의 트위터에 가면 친절하고도 상세한 ‘에세이 투고 방법’이 나와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나도 한 번 도전해봐?”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 보길 바란다!
에세이라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전기’처럼 느껴져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나는 ‘전기’를 쓸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공저라면? 나 혼자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쓰는 것이라면? 왠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와 함께 쓴다면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완성은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에세이를 쓸 친구를 찾아 부탁했다. 우리의 공통점을 찾아서 책을 기획하고 목차를 정하고 샘플 꼭지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비평과 영화 큐레이션을 쓰던 짬바 때문이었다. 역시 어떤 경험이던 도움이 된다.
필요한 과정을 모두 마치고 김얀 작가님께 피드백을 요청드렸다. 내가 봤던 트위터 글에 너무 감사하게도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는 글이 함께 적혀있었기 때문에, 나는 염치를 불구하고 거기 적힌 메일로 글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김얀 작가님은 어떻게 그렇게 친절하고 상세하게, 그리고 후속 도움까지 주겠다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공표할 수 있을까 싶다.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워지는 부분이다.
그렇게 돌아온 피드백은 나와 나의 친구가 너무도 무명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무명’이라는 것이 ‘출간 작가’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흔한 SNS 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내가 출판사로 보낸 글을 제외하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였고, 또 그것은 출판사가 나라는 사람을 신뢰하고 책을 내고자 마음먹는 과정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 의견에 동감했다.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SNS라 불리는 인스타나 트위터 같은 곳에 올리는 게시글들이 나에게는 어쩐지 수치스러웠고, 더구나 그런 공간에는 그들의 행복만 공유되었다. 그것이 나를 천천히 좀먹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SNS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내가 SNS를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나의 앞길을 막을 줄이야! 작가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려야만 하는 시대가 왔고, 나는 지금 그 시대를 살아가야만 작가다. 이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원래 영화글만 올리던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출판사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가면 갈수록 일상을 기록하고 공감받는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상담에서 상담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일상이 글이 되는 것이 작가다.'
내 일상이 점점 작가의 글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SNS 관련 피드백 말고 다른 말씀도 해주셨는데, 바로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김얀 작가님의 트위터를 보고 그걸 실행에 옮겨 작가님께 실제로 피드백을 요청한 사람은 바로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나는 당연히 누군가가 더 있을 줄 알고 호다닥 진행해서 호다닥 메일 보냈는데, 내 앞에는 누구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조금 멍해 있었다.
내가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실행력까지 갖춘 사람인지는 몰랐다.
결국 시작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 배는 항구에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목적은 아니다.' 이런 말들이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동력이 되길 바란다.
9월에 들어선 지금의 진행사항은, 출판사에 내 글이 가닿긴 한 상태이다. 출판사에서 내 글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혹여나 출간이 불발되더라도 나는 꼭지를 더 써서 다른 출판사에도 투고를 해볼 생각이다. 왜냐면 내가 기획한 책의 주제나 목차가 꽤나 시의적절하고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보고 계신가요, 위즈덤하우스 투고담당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