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활동 사이에 있는 1년의 직장생활은 나의 동아줄이자 생계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직장 생활을 하는 1년 동안에는 이렇다 할 예술활동을 하지 못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왜냐하면 그 1년도 나에겐 소중한 1년이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직장생활 1년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23년부터 이번 연도를 행복하고 재미있게 보낼 동기부여할 것을 찾았다. 바로 ‘한 달에 한번 안 해본 일하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안 해봤던 일을 찾아서 하게 된다면, 1년에 12개의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루하고 쳇바퀴 같은 회사생활 속에서 한 달에 한번, 새로운 세계와 재밌는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작은 일탈이 나를 숨 쉬게 한다.
‘안 해본 일’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창업이나 발명 같이 대단하고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거나 시도해 볼 법한 일들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버킷리스트를 써도 ‘세계일주’나 ‘10억 모으기’ 같은 거대한 일이 아니라, ‘마카롱 먹고 싶은 만큼 먹기’나 ‘편의점 맥주 종류별로 다 마셔보기’ 혹은 ‘여수에서 <여수 밤바다> 듣기’나 ‘제주도에서 <제주도의 푸른 밤> 듣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누군가에겐 재미없고 별 거 아닌 일일지 몰라도, 내게는 그것들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그것이 버킷리스트의 존재 이유이다.
그래서 이번 연도에 시도해 볼 ‘안 해본 일’들의 목록도 사소한 것들이 많다. 바쁘게 지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빼지 않아도 되는 일과 최소 하루는 시간을 빼야 하는 일, 1박 이상의 시간을 빼야 하는 일 등으로 나에게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뭐, 나는 그만큼 해보고 싶은 일이 많기도 하다. 이런 마음은 행운이다.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이런 열린 마음이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공부는 ‘머릿속에 지식을 밀어 넣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다.
BGM 같았던 뉴스 속의 닛케이 평균 주가가 의미를 지닌 숫자가 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하는 대화가 들리고, 평범한 가로수였던 것이 개화시기를 맞이한 배롱나무가 된다.
이 ‘해상도가 올라가는 느낌’을 즐기는 사람은 강하다.
나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 역시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넓게 보면 공부는 어떤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니까. 1월부터 8월까지 8개의 새로운 도전을 한 나는, 작년보다 많이 달라졌다. 세상의 해상도는 물론이고, 나 자체도 더 다채로워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경험들로 이렇게 다채로워질 수도 있구나'를 느끼고, 함께 더 다채로워지길 바라며 <다채로운 나와 내 삶을 위하여> 시리즈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