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인생? 당신의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주인공은 정년퇴직한 철도청 공무원으로, 평생을 단정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심장병이 악화되면서 죽음을 예감한 그는, 정돈을 좋아하는 성향답게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보려는 마음으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 그는, 자신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성실하고 단조로운 일상, 규칙적인 습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
처음엔 이런 기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신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삶도 누군가에게 읽힐 가치가 있을까 망설이지만,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은, 영광스러울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계속 글을 써 내려간다.
글을 써 내려갈수록 기억에서 점차 억눌렸던 감정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작고 사소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점점 더 선명한 빛을 띠며 떠오르고, 억눌렸던 감정과 충동, 낯선 자아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영웅이 되고 싶었던 순간, 낭만을 좇았던 순간, 무력하고 우울했던 마음들까지.
그러다 평범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인생도 수많은 갈등과 선택, 감정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여정이었음을, 그리고 평범한 인생은 없다고 깨닫는다.
그래, 좋아, 아버지라고. 아버지를 한번 회상해 볼까. 그분은 아주 강인하고 몸집이 크고 그 누구보다 단단한 분이셨지? 하지만 그는 <배운 사람을 존경했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에게 굴욕적으로, 아이가 그 때문에 얼굴을 붉혀야만 했을 만큼 굴욕적으로 인사를 올리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아버지는 항상 네게 언젠가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설교했었지.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였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인간은 악착같이 일을 하고, 절약하고, 부자가 되어야 한다. 단지 그것만이 진리였어. 아이에겐 집에 본보기가 있었어. 그 모든 것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야.
p.132
삶의 가장 중요한 수칙이라, 그게 실제는 뭐였지? 내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그 당시 역에서 붉은 피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것이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충격이었다. 나는 탈진하여 주저앉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나약함과 비참함을 느꼈다. 깜짝 놀란 한 직원이 젖은 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 주었다. 끔찍했다. 그래,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경험이었다. 놀란 다음으로 다가온 것은, 설사 보잘것없고 초라한 삶이더라도 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삶에 대한 강렬한 사랑이 난생처음 의식되었다. 사실 그때 나의 인생 전체에 변화가 일어났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p.151
우리 각자가 어떤 다른 가능성을 살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제가 누구든 너는 나의 무수히 많은 자아이다. 네가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건 내 속에도 있는 거야. 내가 너를 미워하더라도 난 네가 나의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내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리라. 그의 멍에를 느끼고, 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그에게 닥친 부당함에 대해 함께 괴로워하리라. 내가 그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더 많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기주의자들을 배척할 것인데, 내가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돌볼 것인데, 내가 병자이기 때문이다. 성당 문가에 서 있는 거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인데, 내가 그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니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은 더욱 완성되리라.
p.239
“별일 없는 인생이었지요.
늘 성실하게 살았고,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제목이 눈에 들어와 집어든 카렐 차페크의『평범한 인생』
나도 내 인생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해서일까, 평범한 인생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해서 제목에 눈길이 간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평범한 인생은 없다고 말한다.
누구의 삶이든 안을 들여다보면 매 순간이 선택이고, 감정이고, 작지만 치열한 싸움이었다는 것을 강조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나의 삶이 특별할 게 없고, 남은 게 없고,
명예도 없고,
남길 업적도 없으니 뭐 하고 살았나? 하는
후회스러운 생각과 함께
스스로를 폄하하는 나를 만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으로 저자가 대신 나에게 말해준다.
내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을 지켜냈고,
무너지고 싶었던 순간을 견뎠고,
포기하고 싶은 날에도 일어났으며,
많은 성취들을 경험했고,
실패했던 순간 들에서도 다시 일어났다고.
이 세상 누구도, ‘평범한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