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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사랑에 힘겨운 이들에게

by Erica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한 번쯤은 혼자 기차를 탈 때, 비행기를 탈 때, 옆자리의 처음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또,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나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 대부분의 연애가 그렇듯, 운명 같은 만남도 시간이 지나면 반짝임도 희미해지고 결국 추하게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은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우리 머릿속에 환상을 만들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극복을 하게 되는지, 찬란하고도 서글픈 사랑의 전 과정을 연애의 철학수업처럼 풀어낸 책이다.




전체적인 줄거리


한 남자가 런던행 비행기에서 만난 클로이라는 여성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이 만남은 곧 사랑으로 발전하고,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연애의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아지고, 일상의 사소한 차이와 오해, 감정의 미세한 균열이 쌓이다 결국 클로이가 나의 친구인 윌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고백하며 결국 이별하게 된다.




책 속으로


마르크스주의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확인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수축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신비한 "나"는 가장 약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지점에 자리 잡은 자아로 간주된다.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그녀의 짝이 자신의 목에 입을 맞추는 방식, 책장을 넘기는 방식, 농담을 하는 방식에 유혹당했던 여자는 바로 이 점들 때문에 짜증을 낸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붕괴의 요소들은 그 창조의 요소들 안에서 이미 괴괴하게 전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낭만적 테러리즘

삐친 사람은 복잡한 존재로서, 아주 깊은 양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움과 관심을 달라고 울지만, 막상 그것을 주면 거부해 버린다. 말없이 이해받기를 원한다. 클로이는 자기를 용서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다툼을 미해결로 놓아둔 채 지내기는 싫다고, 즐겁게 1주년을 기념하며 저녁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 대한 나의 분노를 전부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합리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것은 내 진짜 불만을 말했을 때 생길 위험 때문이었다. 클로이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내 상처는 표현하기 무척 힘든 것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이 작품은 정말 흔하고, 단순한 연애스토리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단순한 스토리 전달이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이상화되며, 왜 실망과 환멸로 이어지는지를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통찰을 통해 짚어내는데 재미가 있다.


사랑이 쉬운 줄 알았던 사람에게,

사랑이 너무 어려운 사람에게,

실연을 당해 힘든 사람에게,

오래된 연인과의 권태로움에 힘든 사람에게,

인간은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 추천한다.


나는 오히려 20대 때에는 이 책이 너무 재미없었는데, 찬란했던 사랑의 시기가 다 지나고 나서, 이제는 사랑과 매우 멀리 떨어져 사는 지금 오히려 더 공감이 되고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젊은 날 이해했다면 지금 나의 사랑이 조금은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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