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음악과 함께하는 마음챙김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나의 아저씨> 삽입곡 '어른' 중에서
〈나의 아저씨〉 「어른」, 〈이태원 클라쓰〉 「돌덩이」, 포레스텔라 「이 계절의 꽃」 등 섬세한 가사로 많은 이들을 위로해 온 작사가 이치훈의 명상 에세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어른」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공허함을 어루만졌던 이치훈 작사가의 책 《명상하는 마음》.
이치훈 작사가의 명상 수업을 들어보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참여 못해 아쉬웠는데 명상 에세이가 출간되어 바로 첫 장을 펼쳤다.
이 책은 다른 명상 책들처럼 마음 챙김 기술의 나열이 아니다. 대신 이 작사가는 20년 넘게 노랫말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신 속에서, 자신의 지난날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들추며 그 안에서 발견한 마음 챙김의 방법들을 전해준다.
다른 명상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이 더욱 특별한 점은 텍스트와 음악의 결합에 있다. 책 안에 소개된 음악들은 단순히 가사와 멜로디가 좋은 음악이 아니라, 언어로 다 설명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씻어내는 정화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제작한 노래의 가사를 읽어보고 선율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흐르는 눈물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내면의 정적에 도달하게 하는 이치훈만의 독특한 문법이 돋보인다. 덕분에 책을 덮을 때쯤엔 마음에 켜켜이 쌓였던 피로가 맑게 씻겨 나가는 듯한 깊은 치유를 느낄 수 있다.
"명상은 분명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모든 괴로움을 해결하는 만능 치료법은 아닙니다. 괴로움과 기꺼이 마주하고 그것을 다룰 수 있을 만큼 내면의 힘이 확보되었을 때에야, 명상은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반대로 부정적 감정과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소진되었을 때는 명상이 독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일은 궁극적으로 마음을 위한 일입니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마음을 만듭니다."
마음을 마음만으로 어쩌지 못할 때
방식은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스토리텔링으로 오늘을 구성합니다. 과거의 어느 핵심적 경험이 뿌리가 되고, 당시의 감정이 골격을 이루고, 이후 반복된 해석이 법칙을 만듭니다. 나의 기쁨도, 괴로움도, 충만함도, 외로움도 모두 법칙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빚어진 순간이 하루를 만들고, 그 오늘들이 모여 삶이 됩니다.
오늘도 어제에 3분의 2를 베어 먹혔습니다.
이치훈 작가의 문장과 선율 사이를 거닐다 보니, 결국 명상이란 나를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고요'를 발견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안에 고요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그의 글은, 외부의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축을 세우라는 따뜻한 권고로 다가온다.
세상의 속도에 밀려 잠시 잃어버렸던 나만의 박자를 되찾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무력감이라는 어둠 속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게 이 책을 권한다.
책장을 덮어도 책 안의 소개되었던 좋은 음악들이 곁에 계속 남아 나를 평온한 명상의 숲으로 인도한다.
<포레스텔라 '이 계절의 꽃'>
작사 : 이치훈
la vita c'è ecco qua e adesso
지금을 기억하란 뜻이죠
늘 멀리 헤매며
찾아다닌 순간이
바로 여기 있죠
바람이 나에게 물어본다
무엇을 향해 뛰고 있냐고
숨이 벅차도록
오르고 또 오르다
지쳐버린 내게
잠시 멈추라고
오늘을 보라고
문득 가만히 눈을 감으면
세상은 너무 고요한데
나 혼자 바삐 달렸구나
미처 몰랐구나
이 계절에 피는
아름다운 꽃을
이제와 고개를 돌려보니
지나온 내 모든 순간들이
그 시간 그 자리
한 폭의 그림처럼
눈이 부셨구나
다신 오지않을
그 봄의 빛이여
아팠던 시련을 걸으며
힘겨운 눈물도 흘렸다
그 많던 슬픔의 자리마다
넌 나의 곁에 머물렀구나
문득 멈춰서 눈을 감으면
세상은 너무 평온한데
나 혼자 바삐 달렸구나
미처 몰랐구나
이 계절의 꽃을
또 다시 불어오는 내일엔
또다른 아픔이 오겠죠
하지만 지금 이 마음을
이 꽃의 얘기를
가슴에 새기고
나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