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주, 전 세계 이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집중되고 있다. 지금 라스베이거스에는 CES 2022(Consumer Electronic Show, 22.1.5~1.7)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이벤트로 펼쳐지고 있다. 160개국, 22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CES 2022는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라는 주제로 5G, 확장현실, e모빌리티 등 기존 전시 영역뿐만 아니라 스페이스테크, 푸드테크, NFT 등 새로운 영역을 과감하게 추가하여 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CES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가 스마트시티를 가전의 영역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 CES와 스마트시티
어떻게 도시는 가전이 되었을까? 55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CES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가전제품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나 컴덱스(Comdex)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면서 TV를 위시한 가전제품이 정보통신 기술과 급속하게 결합하기 시작한다. CES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전시회 테마를 ‘제품’에서 ‘기술’로 변모시켰다. 전통적인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전기차, 자율차, 드론을 포함한 미래이동체, 인공지능, 로봇 등 ICT 분야의 혁신적 제품과 기술 성과를 매년 초 전세계에 공개하는 전시회로 바꾸었다. 나아가 CES는 가전의 개념을 단순 디바이스를 넘어 서비스와 컨텐츠, 자동차, 집, 도시로 그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이들은 가전의 개념을 ‘전기장치를 이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모든 혁신의 공간’으로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집과 공장, 자동차뿐만 아니라 올해 CES에 처음 등장하는 우주선까지도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가전의 영역이 된다. 2018년부터 CES 메인 테마에 스마트시티가 포함되었다. 도시도 하나의 가전이라는 것이다. CES가 보여주는 기술과 제품은 모두 스마트시티에 수렴된다. 도시 공간을 누비는 이동체 기술(드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홈과 팩토리에서 움직이는 로봇과 ICT융합 가전, 가상현실, 확장현실, 컨텐츠, 음식, 헬스, 지속가능기술 등은 서로 연결되어 도시 공간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 낸다.
◆ CES 2022 동향과 스마트시티 적용
올해 CES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영역은 지속가능한 친환경기술 약진이다. 풍력·태양광 에너지가 넘칠 때 물을 끌어올렸다가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열이 없을 때 물을 다시 아래로 보내며 전기를 생성하는 오션배터리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오션그레이저社를 포함하여 친환경 기술기업들이 최고 혁신상을 휩쓸었다.
모빌리티 생태계도 훨씬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차, 라이다(LiDAR)와 같은 스마트모빌리티, 넥스트 마일 솔루션, 드론택시로 알려진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의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 왔으며, 우주기술 전시회가 올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내연기관차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로 완전히 돌아섰으며 전통 가전업체인 소니, 엘지 등도 전기차 분야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시장생태계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UAM,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환승거점(HUB)을 중심으로 미래모빌리티 비전을 보여주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차를 위한 공기 없는 타이어를 개발한 한국타이어 등 한국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활동 진원지가 가정으로 이동하면서 웨어러블, 원격진료, 디지털 치료, 홈헬스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건강과 환경에 좋은 음식을 생산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의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가전 영역인 TV, 가정용 가전과 로봇, 스마트 홈 분야는 매년 삼성과 LG가 격돌하며 이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도 '아틀라스' 라는 소형 로봇을 선보이면서 가정용 로봇분야의 경쟁에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5G폰과 폴더블/롤러블폰 등 스마트폰의 폼팩터 차별화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시회를 이끌어왔던 CES가 가상공간 영역을 폭넓게 받아들인 점이 흥미롭다. 최근 가상공간에 콘텐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지정해 주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아토믹폼, 블록파티, FTX 등 NFT 기술을 소유한 기업들이 올해 처음 CES에 대거 등장했다. 또한 퀄컴의 증강현실(AR) 글라스 탑재 칩, 메타모빌리티를 선언한 현대차를 포함하여 메타버스 개념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시티 관점에서 보면 도시 내 이동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자동차 네트워크 시스템, 물류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만드는 자율주행트럭과 도심을 비행하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 지속가능한 친환경기술, 무인화 기술을 반영한 공장 생산시스템과 스마트 홈을 연동하는 도시환경 구축, 데이터기반 디지털 트윈화로 새로운 가상 서비스와 제품이 창출되는 스마트시티 구현이 요구된다.
◆ 내 손안에 연결된 가전, 스마트시티 대구
대구는 지난 10년 동안 CES에 참가하며 지역 ICT기업의 해외진출과 대구 청년 글로벌시장 체험, 스타트업 해외진출의 창구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매년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관련 실무자들은 미국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코로나 확산의 경계령 속에서도 초급속 충전기를 만드는 대영채비, 스마트헬스 로봇기업인 아진엑스텍 등 40개 대구경북 기업이 오프라인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모두 스마트시티 대구 공간에서 실험하고 구현한 제품과 서비스들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대구는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창발하고 실험하는 스마트시티 가전 플랫폼이다. 마치 우리 손바닥위에 휴대폰처럼 스마트시티는 혁신이 아주 쉬운 도시를 만든다. 스마트시티는 시민과 혁신적인 제품·서비스·기술이 상호피드백하며 진화하는 환경이다. 시민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주체이자 소비자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 진다. 대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한 제품과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참고]
Building a Smart City: Takeaways from CES Sessions on Smart Cities
5 Smart Cities Lessons from CE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