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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Mar 01. 2022

불안과 기대,  NFT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작년 5월 12일 무명의 디지털 작가 비플(Beeple, 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모든날들:첫 오천일'이라는 디지털 작품이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 6,930만달러(828억원)에 팔리고, 5월 18일에는 세계 최대 NFT 경매사이트인 오픈씨(opensea.io)에서는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 78수가 NFT로 경매되어 2억5천만에 낙찰되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NFT의 열풍이 디지털 세계를 강력하게 뒤흔들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를 넘어 핀테크와 증권, 예술품 거래업자, 나아가 전통 산업에 속하는 대기업까지 NFT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NFT는 실제 돈이나 코인은 아니지만 블록체인기반 전자서명서로 예술작품과 창작물이 온라인 네트워크상 거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메타버스, 게임 아이템, 아트 컬렉션, 패션 비즈니스, 한정판 상품 인증 등에 사용되는 NFT 용도를 생각해 보면 작금의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아트와 엔터테인먼트 NFT의 비중이 높지만, 국내의 NFT 열풍은 게임 NFT가 주도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NFT란 무엇인가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고유값을 가진 디지털 토큰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디지털자산이다. 쉽게 말해 NFT 토큰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기술로 존재하며 작품을 누가 만들었고 언제 누구에게 판매됐는지 등의 세부정보를 담고 있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해당 작품의 이미지를 볼 수 있지만 오직 해당 작품의 NFT를 구입한 사람만이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온라인 NFT거래소에서 토큰을 되팔아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작품의 원작자는 해당 NFT와 연결된 작품의 지적재산권을 유지하며 토큰이 팔릴 때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예술작품,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게임 아이템, 가상세계의 아바타 등에 창작이 일어나는 거의 전분야에 NFT를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담보대출 시장도 커지면서 전통 금융시장까지 NFT 투자에 나서고 있다. 몇 가지 NFT 사례를 보자.

  

 최초의 NFT는 지난 2017년 12월, 등장한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를 통해 등장했다. 크립토키티는 고양이를 교배, 희귀한 고양이를 수집하고 거래하는 육성 게임으로 개발사는 ERC-721 표준을 적용해 각자 다른 세부정보 해시값을 만들어 고유성을 갖게 했다. 그러나 NFT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분 분량의 음성 게시물을 NFT로 팔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이후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NFT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내에선 서울옥션 등이 잇따라 NFT 시장 참전 의사를 밝혔다.    

*600이더리움 거래된 크립토키티 가상고양이

21년 12월 2일 CJ 올리브 네트웍스가 NFT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묵산수화 작가 류재춘 화백의 '월하 2021' NFT 에디션 200개를 업비트 NFT거래 플랫폼을 통해 모두 팔았다. '월하2021' NFT 에디션은 원본 그림에 AI 채색을 접목해 보통의 전통 수묵화에서는 찾기 힘든 색채로 구현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아트워크 플랫폼 '에어트(AiRT)'의 채색 기술로 류 화백의 대표 연작 '월하(月河)'를 LED 조명을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로 재구성하여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화풍을 만들어 냈다.

*NFT로 만든 류춘재 화백의 수묵화

연예인 아티스트 헨리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1'에서 NFT 플랫폼 '오리진 프로토콜' 아트 전시에 참가했다. 헨리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그린 미술 작품NFT를 출품했다.

  지난 5월에는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코디 최가 자신이 1999년 내놓은 최초의 데이터베이스(DB)페인팅 시리즈 '애니멀 토템 시리즈' 중 1점의 NFT를 7만 이더리움(당시 가격으로 약 1820억원)에 책정했다.    

*7만 이더리움을 책정한 최코디의 '애니멀 토템 시리즈'

 최근 뉴욕에서는 고급 스시 레스토랑 ‘플라이피쉬 클럽(Flyfish Club)’는 ‘세계 최초 NFT 레스토랑’이란 타이틀과 함께 식당의 회원권은 NFT(대체불가토큰) 형태로 발행했다. NFT 회원권을 소유한 고객은 오는 2023년 뉴욕 도심에 오픈하는 이 레스토랑에 입장할 수 있으며 회원권을 소유하지 않은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 레스토랑을 오픈 하기도 전에 회원권 1501개를 판매해 1500만달러(약 181억원)를 모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 리셀(resell) 가격이 5이더리움(한화 1600백만원), 13이더리움(4,100만원) 수준으로 높게 책정되어 거래되고 있다. (더밀크 코리아. 22. 1)  

네온(NEON)이라는 스타트업은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 상가를 개조하여 오프라인에서 쉽게 NFT 작품을 살 수 있는 NFT 자판기를 만들었다. 갤러리처럼 NFT 작품 이미지들이 한쪽 편에 전시돼 있었고, 가운데 놓여 있는 자판기를 이용하면 해당 작품 번호를 골라 NFT를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폰 페이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며 구매를 완료하면 담뱃갑 형태의 포장 속에 들어 있는 큐알코드를 인식해 NFT로 교환(redeem)할 수 있다. 네온은 초고속, 고성능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솔라나(Solana)’ 기반 NFT로 제작하였다.  

  아티스트의 고유의 가치를 소비하는 팬덤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열풍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브, SM, JYP 등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자사 아티스트 IP 기반 콘텐츠들을 NFT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MBC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NFT 전용 플랫폼 ‘아카이브 by MBC’를 구축해 MBC의 대표 콘텐츠 <무한도전>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던 최규재 할아버지의 ‘무야호’ 영상 NFT를 경매에 붙여 950만원에 낙찰됐다. 스타들도 NFT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배우 강동원이 직접 테이블을 만드는 목공 브이로그 영상이 NFT로 발행됐다. 44분 24초 분량의 전체 영상은 1000달러(한화 약 118만원), 이를 시간대별로 나눈 1·2·3부 영상은 각각 20달러(한화 약 2만원) 선이다.  

게임 아이템, 가상세계의 아바타 등에 NFT를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담보대출 시장도 커지면서 전통 금융시장까지 NFT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메타버스 내 금융거래의 도구로 NFT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해 가상세계를 근간으로 하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NFT가 충분히 재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부동산 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도 NFT로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개발사 람다256이 인기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일러스트를 NFT로 내놓기도 했다.


왜 사람들은 NFT에 열광하는가

디지털세대가 미적 경험을 향유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많은 사람이 보는 작품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권위에 대한 거부, 차일디쉬한 것에 대한 선호는 밀레니엄 세대이 특징이다. 이들 중에 일부가 코인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를 이용하여 초고가 NFT 작품에 재투자하면서 시장이 극단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실에서 NFT는 메타버스게임 영역외에는 활용성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작품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구매한 크립토아트를 프로필사진(일명 프사)로 사용하며 부심을 높인다. NFT 작품을 가진 사람들이 SNS상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소유한 크립토아트를 알아주기를 은근히 바라며, 의식적으로 알리려고 한다.      

 NFT의 열풍은 암호화폐로 부를 만든 사람들의 새로운 투자,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전통 경매회사들의 디지털아트를 전략적으로 활용,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NFT 활용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등이 어우러져 과열되고 있다. 코인부자들의 디지털 작품거래(크립토아트) 활동은 기존 미술시장 콜렉터들처럼 작품 가격을 올리는 작전세력이 되었다. 한편 이전부터 디지털 아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경매회사들도 NFT작품에 기대어 일부 선택적인 작가들의 디지털 작품을 전략적으로 고가로 런칭하고 있다.

초기 NFT 작품의 희소성 또한 NFT 열풍에 한 몫을 한다. NFT시장이 활성화되는 시점이 2020년 후반부터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NFT작품 시장의 짧은 역사에서 초기 크립토아트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과열된 측면도 있다. 일례로 크립토 펑크는 2017년 만개를 만들어 9천개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시간이 흘러 2020년 유명인들이 자기와 비슷한 크립토펑크 작품을 구매하여 프사에 사용하면서 새롭게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다.

NFT 열풍에 메타버스 담론의 확장이 기여한 역할도 크다.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는 NFT를 게임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다. 게임에서 단순히 플레이 역할을 하는 아바타는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역할로 변신한다. 아바타와 캐릭터의 다양한 일상 활동이 가능한 메타버스 생태계로 확장되면서 각기 서로 다른 플랫폼을 오가는 오고가는 고유값을 가진 동일한 정체성의 NFT기반 캐릭터나 아바타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작품 판매의 다양한 채널을 확장해 줄 수 있다는 기대에 비해, 여전이 공급자(창작자)와 수요자(코인 부자, 경매사, 메타버스운영자, 팬덤 등)가 비대칭으로 존재하는 시장이라 일반인에겐 아직 접근이 쉽지 않은 생태계이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고유의 특징인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NFT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한 버블만 남긴채 사그라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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