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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Apr 24. 2022

공간의 탈주욕망, 가상뮤지엄

디지털세계에서 예술이 숨쉬는 공간의 이동 

지난 1월 첫 주에 세계의 이목은 세계 최대의 가전(家電) 전시회가 열리는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집중되었다.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CES 전시회의 특징 중에 하나는 눈에 보이는 실체와 현실에서 체감하는 서비스 영역을 넘어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디지털로 가상화하는 전환 기술이 전면에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시작된 미래이다. 생활 전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침투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은행 업무를 보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고,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며, 화상으로 업무회의를 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레아라는 가상인간이 광고를 하고 인공지능 챗봇이 행정민원을 처리한다. 


그렇다면 문화 예술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번호부터 문화 예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공간, 디지털을 실험하는 창작가, 디지털 전환을 돕는 도구(기술)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가상뮤지엄, 홀로그램 아티스트, 디지털 기반 실험공연, 메타버스나 NFT 등과 같은 기술 적용사례, 아트페어와 옥션의 가상화, 디지털 시간여행, 디지털 문화예술 마케팅과 비즈니스모델, 문화예술 리빙랩 등에 될 것이다. 먼저 디지털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화예술에서 공간은 맥락이며 서사의 기반이다. 가상이라는 공간 확장 또는 탈주는 인간의 창조적 욕망에 기인한다. 창작자는 현실 세계의 맥락과 서사를 비틀고 실험하며, 저항하면서 가상화된 세계를 현존하는 느낌(presence)으로 재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가상 뮤지엄은 이러한 현실 재현 노력의 결과물이다. 현재 디지털 기술의 진화는 장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한 하이퍼리얼 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뮤지엄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다양한 가상뮤지엄 형태

가상뮤지엄은 ‘개인화(personalization), 쌍방향 상호작용(interactivity), 이용자 경험(user experience), 풍부한 콘텐츠(richness of content)를 바탕으로 뮤지엄을 보완, 강화, 증강하는 디지털실체 (digital entity)’로 정의할 수있다. (임학순, 2018). 

가상박물관의 형태는 증강현실(AR)기술을 이용한 하이퍼 연결(Hyper-connected)박물관, 온라인전시에 중점을 둔 웹박물관, 웹박물관의 평면성에 전시장의 입체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3D 박물관,  디지털아카이브(Digital Archive) 기반의 디지털박물관소장품의 정보전달과 교육에 중점을 둔 사이버박물관, 그리고 최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박물관 등 매우 다양하다. 아직까지 이들 용어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으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의미도 중첩되며 진화하고 있다. 통칭해서 스마트 박물관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물리적 박스 공간형태의 가상화 단계를 넘어, 도로, 골목, 건물, 운동장 등 모든 실제 공간을 문화예술의 놀이터로 옮기는 디지털트윈 뮤지엄도 진행 중이다. 마치 ‘ 포켓몬고(Pokemon Go)’ 게임처럼 물리적 공간을 증강 공간으로 만들어 공연과 행위예술의 배경으로 사용한다. 


① 하이퍼연결(Hyper-connected) 박물관은 하나의 대상물에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다른 형식의 자료로 이동하는 하이퍼 링크 개념을 이용하여 전시 작품에 관한 동영상, 음악, 그림, 프로그램, 파일, 글 등을 구동시키는 방식의 박물관을 말한다. 전시작품 앞에 서면 그 작품에 관련된 정보와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작품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증강된 작품 감상이 가능한 증강현실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7년 트릭아이뮤지엄에서 관람객이 AR기술이 적용된 작품을 '홍바오GO'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감상하고 있다

② 웹박물관은 웹페이지를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전시작품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둔 박물관이다. 요즘 모든 오프라인 전시회는 웹형태의 작품소개와 전시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웹박물관의 품질은 단순한 정보전달에서부터 실감성 있는 온라인 전시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그 범위는 비용과 상관관계에 있다. 더 나아가 평면성에 머물러 있던 웹박물관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3D 웹박물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관훈갤러리 같은 개인 전시공간에서도 3D를 통해 전시회를 활성화하고 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아트 순회전을 3D로 구현한 관훈갤러리

③ 디지털아카이브기반 디지털박물관은 문화예술과 소장 가치가 있는 물리적 실체의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하여 공유하는 박물관을 말한다. 구글의 아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CyArk의 디지털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유명하다. CyArk는 200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설립된 비영리조직으로 세계 문화유산 보호와 교육을 목적으로 디지털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Oculus Rift와 Samsung Gear VR 등을 이용하여 MasterWorks라는 가상현실 앱을 통해 디지털아카이브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    

CyArk의 Digital Archive Projects

④ 사이버 박물관은 앞에 소개한 전시 목적의 웹박물관, 광범위한 유적과 작품의 디지털아카이브에 기반한 디지털 박물관과 달리 개별 박물관 소장품의 디지털화와 교육에 초점을 둔다. 실제 현장에서는 웹박물관, 디지털박물관, 사이버박물관을 혼용하여 사용한다. 사이버박물관은 디지털 기술(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멀티미디어 기술)로 소장품을 멀티미디어 정보로 아카이빙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보존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자료와 소장품, 교육 프로그램 등을 멀티미디어 기술로 공유한다.    

사이버 제주교육박물관 홈페이지

⑤ 메타버스박물관은 최근 가상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아바타의 모습으로 경제‧문화‧사회활동이 가능한 3D 가상세계를 말한다. 기존 증강현실박물관, 3D박물관 등과 차이점은 가상세계에 3인칭 시점(아바타)으로 참여하며, 다른 아바타들과 플랫폼 안에서 쌍방향 교류, 커뮤니티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메타버스 기술 옹호자들은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 인간의 모든 활동이 메타버스플랫폼 안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게임 수준의 세계관 제시 정도로 폄하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개별 전시를 다루는 웹박물관 혹은 디지털박물관 수준을 넘어서려면 차별화된 세계관과 콘텐츠 제시가 관건이다. 현재 국립중앙 박물관의 ‘힐링동산’이 제페토 메타버스 플랫폼위에 구현되어 있으며, 작년 11월에는 세계3대 미술관인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NFT 활용 메타버스 전시회 개최하였다.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만든 국립중앙박물관의 메타버스박물관 '힐링 동산’

⑥ 디지털트원 뮤지엄은 가상에서 한 행위가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며 현실과 가상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가상뮤지엄의 최종 종착단계이다. 현재 가상화 기술은 4각형의 모니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한계를 넘어 현실 공간과 디지털 세계를 연동하는 트윈화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과 거울처럼 연동되는 가상의 공간이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데이터가 정확하게 디지털로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 싱가포르나 중국 항조우 등에서 현실 물리적 공간을 트윈화하는 도시를 구축하고 있으며, 가상과 현실이 실질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시뮬레이션 기술이 고도화 되고 있다. 디지털트윈뮤지엄은 2019년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대전비엔날레 2020에서 국내 미술관으로는 최초 사례로 소개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상과 현실의 연동이라기보다 사이버박물관의 확장판 정도 수준이다. 또한 박물관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여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가상뮤지엄의 향후 숙제

가상뮤지엄은 물리적 공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물리적 공간이 주는 미적 경험을 대체할 수 없으며 사이버틱 미적 경험이 추가될 뿐이다. 가상뮤지엄의 진화 방향도 즉시성, 다형성, 풍부한 공감각 경험 제공이라는 가상의 장점을 살리며 물리 공간을 보완하거나 병행(Hybrid)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최근 공간탈주의 욕망은 시간탈주 욕망으로 번져가며 시간(Time)을 거슬러 올라가는 디지털 시간여행을 제공하는 가상뮤지엄도 등장하고 있다. 문화예술 자료, 사람, 공간,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구현되는 가상뮤지엄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가상뮤지엄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퍼 링크로 마감의 느낌이 없는 무한루프 콘텐츠, 시각적 기능에 집중되는 닫힌 공간의 피로감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쌍방향 체감의 밀도를 높이는 기술적인 보완, 플랫폼을 넘어서는 풍부한 컨텐츠 개발, 가상뮤지엄 시장의 가능성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NFT를 이용한 디지털 작품 거래, 기존 옥션들의 디지털기반 거래 활성화 등은 가상뮤지엄 발전에 긍정적인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각주]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1984년에 발표한 소셜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사이버공간을 탈육체의 가상몰입 공간,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 사용자의 감각과 사이버스페이스가 연결된 데이터베이스, 영원히 재생하는 메트릭스 세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2019년 9월 7일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특별총회에서는 '박물관의 정의를 개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25개 회원국 중 88개국이 투표 연기에 찬성하면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 및 연구와 향유를 위해 인류사회의 유형 및 무형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하고 소통하여 전시하는 사회와 사회의 개발에 공헌하는 공중에 개방된 비영리의 영구적인 기관이다'라는 박물관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세상의 모든 박물관은 이를 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참고]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다 (더 사이언스타임즈, 2020. 9. 3)

▪박시은 외(2018), 디지털 전시 공간에서 발생하는 관람자의 참여 경험이 반영된 디지털 전시의 분석

▪코로나 시대의 예술

▪메타버스 위에 올라타다(경향신문, 2021.10.12.)

▪유동환(2021), 메타버스(Meta-verse)로 메타박물관(Meta-Museum)을 꿈꾸다!, 1편, 2편 

▪임학순(2018), 가상박물관(Virtual Museum)과 새로운 참여문화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사이버 박물관 (영남일보, 2020.04.17.)

박물관 최초 메타버스 플랫폼 (교육뉴스방송, 2021.11.17.)

메타버스 박물관 '힐링 동산' (국립중앙박물관, 2020.10.)

메타버스가 미술의 세계도 바꾸게 될까? (노블레스, 20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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